4월 6일
올초부터 겉치레로 맺어진 관계를 아예 끊어낼 순 없지만 적어도 더이상 매달리지 않고 불가항력 범주의 일들에 미련이나 후회를 두지 않는 것. 가장 소중한 가지들만 열심히 가꾸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특별하지 않지만 평범한 일상의 연속을 소중히하고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삶이 되려 더 힘들다는 걸 느끼고 있다.
별 일 없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0이 아니라 +라고 쳐주는 요즘, 무탈하다란 가치를 떠올리고 있다. 무탈하다는 건 무엇일까. 나는 무탈하다 말할 수 있을까. 물리적, 정신적으로 주변을 정리하면서 내게 의미있는 것들만 남겨보려하는 요즘 점차 비어가는 주위를 보며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물음이 들 때가 자주 생겼다.
이전에는 사람들로 둘러쌓이고 약속이 가득한 달력과 빵빵한 연봉과 회사, 복지 혹은 끊이지 않는 연애과 새로운 인연 맺음, 자기계발과 발전을 중요한 가치로 여겼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주변인물이 나만큼이나 나를 소중한 인연으로 여겼었는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이 그렇게 의미있는가에 대한 생각들을 곱씹게 되었고 비어내자는 결론을 지었지만. 정말 이게 무탈로 가는 과정일까.
본질부터 의문이 들었다. 평범한 일상이란 무엇일까. 회사로 출근하고 일을 하면서 커리어와 포트폴리오를 쌓아 더 나은 직장, 더 나은 대우를 받기 위해 하루중 8시간 이상을 보내고 있다. 나에게 평범한 일상이란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다시 출근하기 전까지 가벼운 취미를 즐기는 것이다. 내 기준 현재의 일상은 무탈한 것 같다. 그런데 남들에겐 무탈하지 않은 삶이란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하루 3시간의 운동은 내게 있어 스트레스 해소와 성취감을 주는 가벼운 범주의 취미인데 그들에게는 일로 지친 고단한 몸을 혹사시키는 트레이닝으로 보여지더라. 무탈함의 기준은 상대적이다.
반대로 내가 남을 보았을 때 무탈하지 않다고 느낄 때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밥을 먹지 않거나, 잠을 자지 않는 삶. 그리고 그런 상태가 일주일에 3일 이상 지속되는 사람들. 무탈함과 정반대라 걱정을 건내지만 그들의 입장에선 그 상태가 일주일, 한 달, 일 년에 대부분을 차지하다보니 무탈하다 생각하더라. 그렇다면 내 기준에서 무탈하지 않고 개선해야한다고 이야기해줘야 할지가 요즘 고민이다. 더 나은 삶(내 기준에서)이 존재하는데 그렇지 못한 삶(역시 내 기준에서)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는것도 고역이지만 반대로 알려줌으로써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도 고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