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유형검사가 쏘아 올린 합이란 공
시대를 강타했던 성격유형검사, MBTI. 70억 인구를 16가지의 성격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거 되게 오만한 생각인 것 같은데 유행을 타기 시작한 후 너도 나도 MBTI에 빠져들었다. 서로 상극인 MBTI가 만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성격유형별 팩폭, 연애스타일 등 다양한 파생 글들을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흥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더 깊이 찾아보고 주변인들을 16가지의 프레임을 씌워 이해하고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이 성격유형검사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데, 이제부터 이야기할 채용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MBTI가 만들어낸 큰 오해중 하나가 E와 I의 차이점이다. 내향형 인간이냐, 외향형 인간이냐에 따라 그 사람을 적극적이고 활달하며, 사람들과 두루두루 빠르게 잘 친해지는 '적극적인' 인간이냐 아니면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며 타인과의 소통보다 집, 혹은 내부에 고립되길 좋아하는 '소극적인' 인간이냐로 나눠버리기 때문이다. 내가 말한 E와 I의 차이점은 옳은 해석이 아닌 사람들이 E와 I를 바라보는 잘못된 관점이다. 무단횡단을 하며 휴지를 줍는 복잡한 심리를 가진 인간을 어떻게 내향과 외향 두 극으로만 나눠둘 수 있겠는가. 단지 개인이 에너지를 채우는 방법들이 외부활동이 더 많은지, 내부활동이 더 많은지 차이일 뿐 두 성향 모두 외부/내부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닐 것이다. 내가 이렇게 서두에 E와 I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한 이유는 채용시장에서 E와 I를 너무나도 양극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참 MBTI가 유행하던 시절, 회사 사람들과 재미로 검사를 했었다. 유형별 궁합 표를 보며 잘 맞네 아니네 극악이네 극상이네 하며 이야기하던 도중 대표가 관심을 가지더니 직원들의 유형과 자신의 유형을 비교하며 잘 맞는 직원과 아닌 직원을 가렸다. 심지어 그전까지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서 '어쩐지 잘 맞더라'와 '어쩐지 안 맞더라'의 망언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막 수습기간 1달을 채웠던 막내 디자이너가 I라 회사에 적응을 잘 못한다며 몰아세웠고 수습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채용 종료 카드를 시전 하였다. 이유는 'I라 사내 문화에 적응을 못하고 소통을 못해서 결과물이 좋지 않았다'였다. 여담이지만 막내를 채용한 이유가 큰 회사에 재직한 경험이 있어 꼼꼼하고 결과물이 탄탄하다였었다. 재미로 시작했을 성격유형검사는 채용 질문지에도 등장할 정도로 인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직을 할 때에도 어김없이 MBTI 질문을 받았다. 지원조차 불가한 성격유형을 기재한 회사도 있었다. 어떤 곳은 내가 답한 MBTI에 대해 그럴 줄 알았다며 맞췄다는 걸 뿌듯해하기도 했다. 도대체 왜 묻는 걸까. 기존 직원들과의 합을 미리 예측해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아마 다들 질문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복잡 미묘한 인간을 절대 16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없고 MBTI 프레임이야 말로 선입견을 만들어 필요한 인재, 유능한 인재를 제대로 볼 수 없도록 만든다 생각한다. E면 적응을 빠르게 하고 I면 적응을 못할 것이다. 재미로 지나가는 심리테스트를 꼰대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생긴 치명적인 문제.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