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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세화 Nov 12. 2019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 

숨쉴 틈 없이 달려온 40여년.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못 산 것 같다. 과로와 갑질,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직장생활, 굴욕을 참아가며 열심히 일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거리로 내몰리는 현실. ‘과장 대신 사장’이라는 희망을 품고 창업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마흔 이후 내 삶은 지옥으로 변했다. 부당해고로 인한 상처와 사업의 실패, 다시 시작한 불안정한 직장생활, 취업과 실업의 반복, 궁핍하고 초라한 생활, 늙고 쇠약해진 육신, 이루기 힘들어 보이는 작가의 꿈, 계속 꼬여만 가는 인간관계, 중년이라는 나이가 주는 삶의 무게에 온전히 서있기 힘들만큼 현기증을 느꼈다. 


열정과 패기는 자취를 감춰버린 지 오래,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며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소진해버렸다.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세상을 향한 분노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무기력증, 우울증, 공황장애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흐린 매일매일을 그저 버텨냈다.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난감한 인생. 그런데 운이 없으면 100세까지 살게 될 수도 있다. 영영 자포자기하고 살기엔 목숨이 너무 질긴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어쩌다 내 삶은 이렇게 엉망이 되었을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의 시나리오를 떠올리면서 첫머리에 이렇게 썼다.  

모두가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위인전을 읽고, 나도 그들처럼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위대한 업적을 세우고 행복하고 멋진 인생을 살리라 상상했는데, 어쩌다 어른이 되고 보니, 내가 꿈꿨던 삶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삶을 버릴 수는 없다. 운이 따르지 않아서, 능력이 부족해서, 의지박약으로, 세상과의 불화 때문에, 불합리한 사회구조 속에서 혹은 어떤 이유에서든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지 못했으나, 그 아픔과 책임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최악의 순간을 겪으면서 깨달았다.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을. 세상이 여러 번 넘어뜨려도 그때마다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것을. 암흑의 망망대해에 멈춰 선 난파선 같은 상황에서도 길을 찾아 나아가야 하고, 폐허가 된 삶의 터전을 다시 아름다운 공간으로 가꿔야 한다는 것을.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하는 고도성장 사회에서 외면해온 실패이야기. 그래서 더 낯설고, 막막하고, 힘겨운 실패의 경험. 낙오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지나치게 싸늘한 시선과 냉대 속에서 우리는 한없이 실패를 부끄러워한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맞이하는 좌절과 상심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소중한 자산이 아닌, 기억에서 깨끗이 지워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성공스토리는 앞다퉈 보도하고, 책으로 펴내고, 강연과 연구사례로 다루면서 실패한 이야기는 좀처럼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 결과 우리는 실패의 원인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적고,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방법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실패가 반드시 부끄럽고 가치 없는 것일까? 낙오자에게 조금 더 친절해질 수는 없을까? 


이 책은 성공을 위한 처세나 실패하지 않기 위한 요령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실패했을 때, 무기력하고 절망감에 빠졌을 때 다시 일어나서 당당하게 나의 길을 갈 수 있게 용기와 지혜를 공유하는 지침서다. 속도가 아닌 방향에 대해 얘기하며, 세속적인 욕망을 추구하기 보다 건강한 가치관과 좋은 습관을 가지도록 독려한다.  


역경을 딛고 꿈을 이룬 위인들, 괴짜 지식인, 위대한 철학자, 예술인의 명언과 삶의 궤적을 통해 불행을 새로운 기회로 역전시키는 지혜,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기술, 현실 속에서 자기자신을 극복해 가며, 허무주의에 무릎 꿇지 않고 싸우는 용기, 우아한 루저로 사는 법 등을 수록했다. 


여전히 자기의 꿈이 무엇인지 모르고 방황하고, 하고 싶은 일은 무기한 보류한 채 중요하지 않은 일에 인생을 낭비하며, 나락으로 떨어지는 삶을 속수무책 바라만 보고 있진 않은가? 영혼을 팔고, 굴욕을 감내하며, 몸은 곤죽이 되도록 일해왔지만 안정된 생활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이뤄 놓은 것 없이 초라하게 나이만 먹고, 몸은 노쇠해지며 생계는 불안하고, 어깨에 짐은 점점 더 무거워진다. 그렇다고 그냥 주저앉지 말자.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고, 극복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나면 이전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누구도 실패의 경험을 피해갈 수 없듯이, 누구에게나 터닝포인트도 있기 마련이다. 다만, 그 기회를 포착하느냐 못하느냐는 실패를 어떻게 대응하고, 극복하는지에 달려 있다. 


실패 속에서 건진 숱한 교훈과 심오한 진리, 통찰력, 인생을 변화시키는 작은 습관들과 마음에 관한 이야기가 지치고, 절망감에 빠진 이들이 무책임한 낙오자로 살지 않고 주도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제2의 인생설계를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자신의 꿈을 찾아 실현하고, 긍지를 느끼며, 자기 삶의 주인으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나와 독자 여러분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 모두에게 행운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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