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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정 Aug 01. 2017

후회 없이 살 만큼 현명할 것.

그 현명함은 나의 선택에서 빛을 발할 것.




    애초에 나의 여행은 페루와 볼리비아 2개국을 70일이 조금 못 되는 동안 보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중간에 각 나라의 전통주에 빠져 칠레의 전통주를 마셔보겠다며 발을 들였던 것이 화근이 되어 나는 2달을 더 여행하고 러시아를 들러 한국으로 돌아왔다. 추가된 두 달여 동안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 있었는데, 브라질에 있는 마을 '보니또'였다. 보니또는 아름답다는 뜻을 지닌 단어인데 이름만으로도 나에게 환상을 심어주고 상상을 자극하는 도시였다. 브라질이 여행 계획에 추가되고는 이 도시를 가는 날만 기다렸다.


    




    가이드북에서는 이 도시에서 할 수 있는 액티비티 중에는 강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이 강에서는 우리가 함부로 돌을 밟고 서도 안되고, 무언가 자연을 인간 마음대로 만져서도 안되고, 심지어는 앞으로 나아갈 때 물장구를 치지도 말라고 했다. 하지만, 이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비(雨)운의 아이콘이었다. 보니또에 있는 내내 날씨가 좋지 못했다. 다행히도 스노클링은 할 수 있었지만, 다른 모든 것들은 할 수 없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비가 와서 안되고, 비가 안 오는 날은 전에 온 비 때문에 수위가 높아져 안된다고 했다.




    그렇게 애석한 시간이 흘러가고 보니또를 떠나기 전 날이 왔다. 이 시기엔 눈을 뜨면 조식을 먹으면서 오늘 할 수 있는 액티비티는 무엇이냐 묻기 바빴다. 역시나 이 날도 비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게스트하우스 주인아주머니께서 좋은 대안을 찾아왔다며 밥을 먹는 우리를 찾아왔다. Praia de Figueira라는 일종의 공원이 있는데, 보니또의 다른 액티비티가 모두 닫혀 있어서 이 곳을 개방하고 원래는 유료인 시설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바랬던 물놀이가 가능했으니까. 우리는 당장에 가겠다고 하곤 짐을 싸 택시를 낑겨 타고는 공원으로 갔다.





    하루 종일 신나게 놀고,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하루 종일 나를 위에서 비추던 뜨거운 해가 내 눈높이만큼 내려온 시간이었다. 공원의 폐장시간과 우리 일행이 택시 기사와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 모두가 가까워왔다. 마지막이라면서 얼른 카약을 빌려 다시 뭍에서 멀리 빠져나왔다. 며칠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이어서 그랬는지, 나의 마지막 카약도 바람의 영향을 받으면서 출발했다.




    더 깊은 곳을 향해 노를 젓다가 공원의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배를 세웠다. 가만히 앉아 바라보니, 모든 것이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바람도, 물도, 구름도, 나뭇가지도, 심지어는 내 카약까지도. 열심히 젓던 노를 다리 위에 가만히 올려놓고는,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든 것을 바라보았다. 이것보다 더 평화로울 수는 없어 보였다. 나와 눈을 맞추며 기울어가는 지구 반대편 브라질의 해와, 나와 호흡을 맞추며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든 것들. 더할 나위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떠내려가다, 더 이상 떠내려가면 이 모든 풍경을 잃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이, 바람이 불러일으킨 하나의 흐름에 거스르기 시작했다. 천천히,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크게 욕심을 내지 않으며 노를 물살 반대로 저었다. 다시 첫 그 장소에 도착했고 , 나는 다시 세상의 흐름에 나를 맡겼다. 이번엔 전과 달리 중간까지 흘러왔을 때, 내가 가진 노를 물속에 처박았다. 중간 지점에서 더 이상 흘러가지도 거스르지도 않을 만큼 노를 저어 버티고 있었다.





    여행을 나오면 생각보다 머리와 가슴이 복잡할 때도 많다. 하지만 그만큼 단순하게 해답을 얻는 때도 많다. 이곳에서는 바람의 흐름에 나를 맡기는 것도, 혹은 역행하는 것도, 혹은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것도 나의 몫이다. 온전히 나의 선택에 기반한 것이다. 왜냐면 내가 원하는 것을 더 보고, 더 느끼고, 더 즐기고 싶어서 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여행이 끝나고,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잊지 않고 새기겠다 했던 다짐이 있었다. 모든 방향의 변화 혹은 정체는 나의 선택으로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서 행동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제도, 오늘도 내가 마음 놓고 하고 싶은 것과 주위의 눈치에 못 이겨해야 할 것들 사이에서 또 고민하고 있었다. 정답은 내 마음속에 있다. 주위의 눈치에 못 이겨해야 할 것들이 꼭 오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내가 원했다는 반증일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선택에서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더 보고, 더 느끼고, 더 즐기겠다 다짐하는 것이다.





    후회 없이 살고 싶다. 선택에 후회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나를 위해 무엇인가를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다. 흔들릴 때 흔들리더라도, 인생의 주인공은 '나'이고, 내 마음이 주체다. 내 안의 주체는 온전히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줄 알 만큼 현명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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