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선택과 대가
이 교수님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숲으로 사라졌다. 이제 선택은 우리에게 남았다. 공허에서 보았던 ‘언어의 영혼’의 힘을 이용하면, 사라진 언어를 되찾을 수도 있었다.
나는 한서연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은 나에게 묻고 있었다. ‘정말 그걸 원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언어를 되찾지 않기로 했다. 그것이 우리의 선택이었다.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언어 없는 세상에 적응해갔다. 감정으로 소통하는 것은 아름다웠지만, 우리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의 무게를 실감해야 했다.
어느 날, 마을의 가장 나이 많은 어른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평생 약초를 연구해온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지식을 후대에 전해주려 애썼지만, 복잡한 약초의 효능과 제조법을 언어 없이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의 죽음과 함께, 수십 년간 쌓아온 지식도 함께 사라졌다.
또 다른 날, 아이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우리가 겪었던 일들, 언어가 있던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역사’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과거의 사건들을 기록하고 교훈을 얻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우리의 경험은 그저 한 세대의 희미한 기억으로 남았다가 사라질 운명이었다.
나의 선택은 단순히 낭만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가 쌓아온 지식과 역사를 포기하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는 결단이었다. 나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의 무게를 가슴에 새겼다. 이것이 우리의 세상이었다. 불완전하고 많은 것을 잃었지만, 우리가 선택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