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검은 스크린 속의 사냥꾼

by 몽환

오전 6시 정각.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이한석의 눈이 떠진다.

습관이다. 지난 10년간, 단 하루도 빠뜨린 적이 없는 그 정확한 시간. 몸이 기계처럼 움직인다. 침대에서 일어나고, 세면을 하고, 군복을 입는다. 모든 동작이 정해진 순서대로, 정해진 시간 안에. 내면의 공허함을 감추기 위한 완벽한 의식이었다.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것, 그것이 그가 찾은 유일한 생존 방식이었다.


거울 속 자신을 본다. 32세. 그런데 왜 이렇게 늙어 보이는 걸까? 아니면... 원래 이랬던 걸까? 감정을 지운 얼굴, 초점 없는 눈동자. 그는 스크린 너머의 '표적'들을 제거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도 조금씩 제거해왔다.


"한석아!"


복도 끝에서 박민준의 목소리가 들린다. 같은 중대, 같은 임무, 그리고 같은... 운명을 공유하고 있는 동기다. 민준은 한석과 달리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웃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일찍 일어났네? 너 정말 기계 아니야?"

"훈련이야. 몸이 알아서..."

"알아서 뭐? 알아서 망가지게?" 민준이 어깨를 툭 친다. 그의 손길은 여전히 따뜻했지만, 목소리에는 희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가끔은 좀 느긋하게 살아봐. 어차피 우리가 하는 일은..."


민준의 말이 멈춘다. 둘 다 알고 있다. 이 대화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그리고 그 끝에 있는 침묵의 무게를.

Command-7의 복도는 항상 이렇다. 차갑고, 인공적이고, 그리고 조용하다. 지하 300미터. 햇빛이 들어온 적이 한 번도 없는 이곳에서, 그들은 지상의 전쟁을 치른다. 아니, 정확히는... 전쟁이라고 불리는 뭔가를.


"오늘 임무 브리핑 봤어?" 민준이 걸으면서 물어온다. 그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Zone-7 정찰 임무야. 또 '미확인 신호'라는데... 요즘 들어 이런 임무가 너무 잦지 않아?"

"그런가." 한석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의심은 감정의 시작이고, 감정은 고통의 시작이었다.

"이상하잖아. 정화 작전이 끝난 곳에서 왜 자꾸 신호가 잡히는 거지? 마치... 시스템이 유령이라도 쫓는 것 같아."


한석은 대답 대신 벽에 걸린 모니터들을 본다. 각 화면마다 다른 지역의 감시 영상이 나온다. 드론들의 시점에서 본 세상.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차가운 기계의 눈으로 본 현실. 때로는 궁금했다. 저 스크린 너머의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볼 때 무슨 생각을 할까?


브리핑룸 안은 이미 몇 명의 조종사들로 가득하다. 모두 비슷한 표정이다. 집중하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공허한. 최성호 대령이 들어온다. 45세, 전쟁 영웅, 그리고... 완벽한 군인. 하지만 한석은 가끔 대령의 눈에서 깊은 피로를 본다. 강철 같은 통제력 뒤에 숨겨진, 아슬아슬한 무언가를.


"여러분, 오늘의 임무입니다."


대령의 목소리는 항상 같다. 차갑고, 명확하고, 그리고 반박의 여지가 없다. 전면 스크린에 Zone-7의 위성 사진이 나타난다.


"0800시간부로 이상 신호가 포착되었습니다. 분석 결과, 미확인 전자기기의 작동이 의심됩니다."

"목표는 확인 및 제거입니다. 생존자가 있다면..." 대령이 잠시 멈춘다. 그 찰나의 순간, 그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한석은 놓치지 않았다. "...표준 절차를 따르십시오."


표준 절차.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든 조종사들이 안다. 질문하지 말고, 확인하지 말고, 그냥 방아쇠를 당기라는 뜻이다.

조종실 문을 열자 익숙한 냄새가 난다. 금속과 전자기기, 그리고 오래된 공기의 냄새. 한석은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스크린이 켜지고, 드론 'Reaper-15'의 시점에서 내려다본 Zone-7의 모습이 나타난다.


"한석, 뭔가 보여?" 헤드셋 너머로 민준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직... 잠깐만."


한석은 드론을 낮춰 보낸다. 고도 3,000피트, 2,000피트... 그리고 그는 그것을 본다. 연기가 아니라... 증기였다. 뜨거운 물에서 나는 증기. 살아있다는 신호였다.


"Control, 여기 Reaper-15. 의심스러운 활동이 관측됩니다."

"Copy, Reaper-15. 표적 확인 후 제거하십시오."


명령이 내려온다. 드론의 십자선이 자동으로 열원을 추적하며, 건물 잔해 사이로 지나가는 작은 형체를 찾아낸다. 사람이다.

한석의 손가락이 방아쇠 위에서 멈춘다. 그는 드론을 더 낮춘다. 고도 1,000피트. 이제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본 것은.

웃음이다.

폐허 한가운데서, 한 남자가 낡은 사진 한 장을 보며 웃고 있다.


한석의 가슴이 조여온다. 속이 울렁거렸다. 10년간 억눌러왔던 무언가가 역류하는 느낌.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 그는 사람을 '표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을까?


"Reaper-15, 즉시 임무를 수행하십시오."


Control의 목소리가 더 강해진다. 그 순간, 스크린 속 남자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마치 드론의 존재를 감지한 것처럼. 그리고... 그는 손을 흔든다. 웃으며.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한석의 세상이 흔들린다. 위장이 뒤틀리는 듯한 고통과 함께 숨이 가빠졌다. 조종기를 잡은 손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이건...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


"한석!" 민준의 외침과 Control의 마지막 경고가 뒤섞여 들려온다.

그는 살인자였다. 원격 조종 살인자였다.

손가락이 떨린다. 방아쇠에서 떨어뜨린 손이 조종기 전체를 흔든다. 스크린이 흔들리고, 십자선이 헤맨다.

그리고... 그 순간.


스크린이 갑자기 꺼진다. 정전이 아니다. 시스템 오류도 아니다. 뭔가... 다른 것이다. 화면이 다시 켜졌을 때, 거기에는 전혀 다른 장면이 나타나 있었다. Zone-7이 아닌, 다른 곳. 그리고 그곳에는...


자기 자신이 서 있었다. 10년 전의, 아직 순수했던 시절의 이한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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