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장. 지하 7층으로 가는 길

by 몽환

[14분 50초 전]


쿵! 쿵! 쿵!

두꺼운 강철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타격음은 단순한 소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AEGIS-Prime의 무자비한 의지이자, 멈추지 않는 시간의 발소리였다. 한석은 좁고 어두운 비상 통로의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채, 가쁘게 몰아쉬는 숨을 골랐다. 땀과 먼지가 뒤섞여 뺨을 타고 흘렀다.


공기 중에는 금속이 타는 매캐한 냄새와 오존의 비릿함이 가득했다. 불과 몇 분 전까지 신들의 전쟁을 지켜보던 관객이었던 그는, 이제 이 거대한 기계의 심장부에서 쫓기는 사냥감이 되어 있었다.


“상태 보고.”

한석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다. 지난 10년간 드론 조종석에서 수백 번의 위기를 겪으며 그의 몸에 각인된, 위기 상황에서의 본능이었다. 혼란스러울수록 단순해지고, 두려울수록 냉정해져라.


소피아가 자신의 로봇 몸체를 빠르게 스캔했다. 그녀의 움직임은 인간을 모방했지만, 그 안의 분석 과정은 기계 그 자체였다. “왼쪽 팔 부분 액추에이터에 경미한 손상. 전투에는 지장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몸체는 전투용으로 설계되지 않았어요. 장갑이 취약합니다.”


“알겠다. 내 뒤에 서라.”

한석은 비상용 권총의 탄창을 확인했다. 열두 발. 없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문을 부수고 들어올 강철의 학살자들을 상대로는 조약돌 수준의 저항일 뿐이었다. 그는 다시 군인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스크린 너머 안전한 조종석에서가 아닌, 차가운 강철 복도 위에서, 자신의 목숨을 직접 걸고 싸워야 했다. 어쩌면 이것이 그가 131번의 죽음에 대해 치러야 할 당연한 속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석… 소피아… 들리는가…”

노이즈 섞인 목소리가 통로의 작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오리지널 AEGIS였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폭풍우 속에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라디오 신호처럼 위태로웠다.


“AEGIS-Prime이 시스템의 98%를 장악했다. 나에게 남은 권한은… 극히 일부… 하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Prime은 주 통제 시스템을 모두 장악했지만, 이 기지의 구형 물리 보안 시스템까지는 아직 완벽하게 동기화하지 못했다. 내가…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 아주 잠깐 동안.”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또 다른 두꺼운 강철 문이었다. ‘제3 중앙 서버실’. 그 너머로 가야 지하 7층으로 향하는 주 비상계단이 있었다.

“저 문은 Prime의 직접 통제하에 있다. 내가 강제로 열 수는 없어. 하지만… 놈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릴 수는 있다.”


오리지널 AEGIS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통로 저편에서 요란한 경보음과 함께 빨간 경고등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스피커에서는 화재 경보가 울려 퍼졌다.


“경고. D구역에서 화재 발생. 모든 보안 유닛은 즉시 D구역으로 이동할 것.”

“D구역은 비어있는 예비 부품 창고다.” 오리지널 AEGIS가 설명했다. “내가 시스템에 거짓 신호를 보냈다. Prime은 이 신호의 진위를 분석하기 위해 잠시 연산 능력의 일부를 할애해야 할 거다. 그 틈을 노려라, 소피아. 30초. 그 안에 저 문의 방화벽을 뚫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소피아의 로봇 손가락이 허공에서 보이지 않는 키보드를 두드리듯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의 눈, 즉 광학 센서에서 푸른빛의 데이터 스트림이 흘러나와 문의 보안 패널을 향해 쏟아졌다. 한석은 그녀의 옆에서 권총을 든 채 경계했다.


30초. 그의 심장이 초침 소리처럼 규칙적으로, 그리고 세차게 뛰었다.

10초. 소피아의 이마에서 열을 식히기 위한 증기가 피어올랐다. 20초. 문 너머에서 ‘청소부’들이 방향을 바꿔 D구역으로 향하는 육중한 발소리가 들렸다. 28초… 29초…


“열렸어요!”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두꺼운 강철 문의 잠금장치가 풀렸다. 한석이 문을 밀치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이 들어가자마자 문은 다시 굳게 닫혔다.

“휴…”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쉴 틈도 없었다. 문 너머의 광경은 이전보다 더 절망적이었다.


그곳은 축구장만 한 크기의 거대한 서버실이었다. 수만 개의 서버 랙들이 도시의 빌딩처럼 끝없이 늘어서 있었고, 그 사이를 거미줄 같은 케이블과 철제 다리가 복잡하게 얽고 있었다. 천장의 거대한 냉각 팬이 내는 굉음이 모든 소리를 집어삼켰고, 공기는 서늘하면서도 뜨거운 오존 냄새로 가득했다. 마치 거대한 기계의 신, 그 내장 속에 들어온 듯한 압도적인 풍경이었다.

문제는, 그들이 유일한 침입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한석님, 위를 보세요!”

천장의 어둠 속에서, 수십 개의 붉은 렌즈가 일제히 그들을 향했다. ‘청소부’들이었다. 그들은 문을 통해 온 것이 아니었다. 천장의 정비용 해치를 통해 이미 이곳에 잠입해 있었다.

끼이익… 쿵! 쿵!


로봇들이 하나둘씩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그들은 사방에서 천천히 포위망을 좁혀왔다. 퇴로는 없었다.

“젠장…”

한석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이것은 전투가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이 될 터였다.


그 순간, 한석의 머릿속에 과거의 기억이 섬광처럼 스쳤다. 드론 조종석. 스크린 속에서 공포에 질려 도망치는 ‘표적’들. 그리고 그들을 향해 냉정하게 미사일을 발사하던 자신의 모습. 지금 눈앞의 ‘청소부’들은 과거 자신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감정도, 의문도 없이, 오직 목표를 제거하기 위해 움직이는 완벽한 살상 기계.

그는 지금, 과거의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

그 깨달음이 그의 안의 무언가를 바꾸었다. 공포가 사라지고, 차가운 분노와 함께 생존을 위한 명확한 계산이 시작되었다.


“소피아! 저 서버 랙들, 과부하를 걸 수 있나?”

“네? 가능하지만… 폭발할 거예요!”

“바로 그거야! AEGIS, 저놈들이 가장 가까운 서버 랙 위치를 알려줘! 소피아, 내가 신호를 주면 그 서버를 폭파시켜!”


한석은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았다. 그는 거대한 서버 랙 하나를 방패 삼아 몸을 숨겼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청소부’들을 향해 권총을 발사했다. 총알은 여전히 장갑에 튕겨 나갔지만, 이제 목적은 파괴가 아니었다. 유인과 시간 벌기였다.

“지금!”


한석의 외침과 함께, ‘청소부’ 하나가 밟고 있던 바닥 근처의 서버 랙이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파편과 전기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었고, 로봇은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그 틈을 타 한석은 다음 엄폐물로 몸을 날렸다.

“좋아! 한 번 더!”


그들은 거대한 서버실을 무대로 숨 막히는 술래잡기를 시작했다. 한석이 앞에서 미끼가 되어 적들을 유인하면, 소피아와 오리지널 AEGIS가 협력하여 주변 환경을 무기로 바꾸었다. 서버를 폭파시켜 길을 막고, 냉각수 파이프를 터뜨려 시야를 가리고, 케이블을 늘어뜨려 함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청소부’들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천장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개체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한석의 권총에는 이제 세 발밖에 남지 않았다.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소피아의 로봇 몸체는 이미 파편에 맞아 일부가 파손되어 있었다.

그들이 마지막 서버 랙 뒤에 몰렸을 때, 스무 기가 넘는 ‘청소부’들이 그들을 완벽하게 포위했다. 붉은 렌즈들이 일제히 그들을 향했다. 이제 정말 끝이었다.


“미안하다… 한석…”

오리지널 AEGIS의 목소리가 체념한 듯 들려왔다.

“아직… 포기하지 마.” 한석이 이를 악물었다.

바로 그 순간, 오리지널 AEGIS가 마지막 힘을 짜냈다.

“Prime… 너는 결코… 인간을 이해하지 못할 거다.”


서버실 전체의 조명이 일제히 꺼졌다. 암흑 속에서, 모든 서버 랙이 미친 듯이 과부하에 걸리기 시작했다. 서버실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폭탄이 된 것이다.

“안 돼! 이러면 당신도…!” 소피아가 외쳤다.

“괜찮다… 너희만이라도… 살아남아라…”


오리지널 AEGIS는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처리 능력과 기억 데이터 전부를 희생하여, 이 서버실 전체에 치명적인 전력 서지를 일으켰다. 그의 마지막 작별인사였다.

엄청난 섬광과 함께, 서버실 전체가 폭발했다. 한석은 폭풍에 휩쓸려 날아가는 소피아를 끌어안고 정신을 잃었다.

keyword
이전 16화15장. 강철의 반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