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6
에덴은 풍요로웠다. 식량은 넘쳐났고, 사람들의 삶은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그 풍요는 완벽한 통제 아래에서만 가능했다. 정우는 모든 사람들에게 역할과 임무를 부여했고, 그들의 삶을 규정했다. 개인의 자유는 '시스템의 효율'이라는 명분 아래 희생되었다.
나는 '생체 코어'의 능력을 이용해 정우의 감시망을 피하고, 청하와 함께 비밀리에 정보를 교환했다. 우리는 아버지의 기록을 통해 지상으로 나아갈 길을 찾고 있었지만, 정우의 통제는 날이 갈수록 강화되었다. 그는 모든 연구 기록을 검열했고, 나의 행동을 면밀히 감시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우가 나를 호출했다. 그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싸늘함이 서려 있었다. "무진, '생체 코어'의 데이터를 모두 나에게 넘겨. 이건... 에덴의 안정을 위한 거야." 나는 그의 명령을 거부했다. "생체 코어는 아버지의 유산입니다. 이건... 에덴의 진정한 희망이에요."
"희망? 통제 불가능한 희망은 혼돈을 낳을 뿐이야. 박사님도 결국 실패했잖나. 그분의 비극을 너도 겪고 싶은 건가?" 정우는 아버지의 죽음을 들먹이며 나를 설득하려 했다. 나는 그의 말에서 깊은 상실감과 함께, 왜곡된 신념을 읽었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을 '실패'라고 규정하고,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완벽한 통제'를 추구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아버지의 죽음은 실패가 아니었다. 그것은... 정우의 오해와 독선이 낳은 비극이었다는 것을.
나는 그의 명령을 거부하고 연구실로 돌아왔다. 나는 청하에게 말했다. "청하야, 이제 시간이 없어. 정우님이 '생체 코어'의 진실을 알게 되면... 우리 모두 위험해질 거야. 지상으로 나아가야 해. 지금 당장."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에덴의 평화는 거짓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