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4 일

by 홍석범

어제의 마술피리 ─ 오해된 형식으로서의 키치와 애매모호함. 오로지 음악만이 모든 실수와 추행 위에 머물렀다. 나는 프로시니엄 상단에 새겨진 작은 얼굴들에 시선을 두고 비로소 튀어나오는 모차르트의 재기 발랄한 영혼을 조금씩 느꼈다. 그러나 그마저도 이내 다시 가려지고 혹사당했다. 그것은 시대의 문제일까? 집에 도착했을 때 음악 속으로 집중하기 위해서가 아닌 음악으로부터 나를 방해하던 모든 차폐물들을 걸러내기 위해 사투했던 정신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R과 통화했다.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무기력이다. 그것이 나를 덮치려고 하면 나는 작업 속으로 도망쳐 뛰어들어간다.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매일 열 개의 문장을 쓰는 것, 매일 자기 전 음악을 듣는 것, 매일 소리 내어 책을 읽는 것, 매일 언어를 공부하는 것… 무기력은 아주 미세한 틈새를 통해 스며들고 점점 자신의 크기를 부풀려 이내 내면의 공간 전체를 받치고 있는 구조를 무너뜨린다.


타냐는 그녀의 죽은 개를 보러 꽃다발을 들고 반려동물들의 공동묘지로 갔다. 집이 한적하고 조용해서 기분이 좋다. 눈이 조금씩 내리고 옆집에서는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2015. 2. 4



생각 적기. 종종 어떤 중요한 말이나 생각이 떠올라도 몇 번 되뇐 후 다시 잊어버린다. 두서없는 생각들은 프랑스의 사색가로 하여금 ‘정말 그렇구나!’라고 감탄하도록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책 속의 어떤 우연적인 문장을 통해 슬그머니 떠오르거나 냄새나 색깔과 같은 자극을 이용해 문득 뇌의 한구석에 강한 신경을 보낸다. 분명 생각들은 단편적으로 사방에서 떠다니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한 지점에서 우연히 머물게 되고 그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 그것은 곧 말을 탄 나폴레옹처럼 하나의 사유를 이끌게 된다. 바로 이것이 연속성이라는 개념의 탄생일까? 직관적으로 나는 그렇다고 느낀다. 어쩌면 존재의 강력한 증거일지 모르는 있음의 기분. 모종의 자기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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