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27 월

by 홍석범

열차의 양옆으로 숲이 펼쳐졌고 약간 가벼운 마음이 되었다. 44번 버스를 타고 언덕을 올라갈 때 이미 해가 졌다. 먼저 도착해 있던 대여섯 명의 학생들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 슈무츠 교수는 인상이 좋은 사람이었다. 플로리안은 열정이 넘쳤고 웃을 때마다 간간이 코 고는 소리를 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학교에 다니고 싶은 욕망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프레젠테이션(마땅한 한글 단어가 없다)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 정직한 것을 요구했다. 결국 어떤 인간인가가 그의 작업을 통해 총체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은 결과물은 정직하지 못한 것이고 -척하는 것이다. 그것은 내용보다도 바로 그 방식을 통해 매력을 얻거나 잃게 된다. 이야기꾼의 비유 : 말하자면 그는 그의 말하기 기술을 통해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으로 만든다. 우리가 사랑하게 되는 것은 엄밀하게 말해 바로 이야기하는 그이지 이야기가 아니다. 이야기는 단지 그 자체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다.


언덕을 내려오는데 슈투트가르트의 야경이 보였다. 반짝거리는 그 거대한 덩어리를 최대한 오래 기억 속에 남겨두기 위해 집중했지만 긴장이 풀리면서 뇌가 정지하는 것이 느껴졌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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