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은 미술관 관람이 무료이다. 미술관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다.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공기가 압축되는 부드러운 소리가 났다. 근대 작가들을 구경했다. 각 사각형의 방 구석에 설치된 작은 기계에서 태엽이 돌아가는 규칙적인 소리가 났는데 이 소리는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그림들은 밖으로 열려 있는 수많은 문들을 연상시켰다. 미지의 세계들이 사방에 둥둥 떠 있었지만 나는 다만 그 앞에 발을 모으고 서서 그 내부를 조금 들여다볼 수 있을 뿐이었다. 거북이처럼 목을 뻗은 채로. 곧 더 이상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어 초록색 문을 통과해 빠져나왔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아온 사람들로 광장은 벌써부터 붐비기 시작했다. 소시지 굽는 냄새가 풍겼고 앞치마를 두른 땅딸막한 남자는 달짝지근하고 따듯한 글뤼바인을 유리컵에 퍼담았다. 사방에서 비둘기들이 지저분하게 퍼덕거렸다. 갑자기 현실 세계로 던져진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는 약간 두통을 느꼈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 아시아 마트에서 쌀과 몇 가지 조미료, 두부를 샀다. 그곳은 생각보다 컸고 거의 없는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