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18 일

by 홍석범

침대에 누우면 보통 한 시간 정도 잠들지 못하고 뒤척인다. 아무런 쓸데없는 생각들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책상에 앉으면 11시다. 두 시간 독일어 공부를 한다.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카프카나 비트겐슈타인을 읽는다. 카프카는 보통 한 쪽짜리 글을 읽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 피치 못할 경우(다시 말해 대부분) 독독사전을 이용한다. 그 이후에는 잠시 쉬었다가 오디오북을 다시 한 시간 정도 듣는다. 평일에는 저녁 6시부터 7시까지 짧은 뉴스와 독일어로 더빙된 시트콤이나 만화영화를 본다.


나는 실제로 언어를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다.



오랜만에 귀를 기울이면을 봤다. 이 영화는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점에서 판타지다. 그러나 그 속에서 표현된 것들, 말하자면 누군가 그런 것들을 그렇게 표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모종의 위안을 준다.






2015. 3. 18



비극의 탄생 8 첫 문단 마지막 부분.


합창단은 밀어닥치는 현실에 대항하는 살아 있는 성벽이다. 그 까닭은 그가 ─ 사티로스 합창단이 ─ 대체로 자기 자신을 유일한 현실로 생각하는 문화인에 비해 보다 실제적이고 보다 현실적이며 보다 완전하게 실존을 모사하기 때문이다. 시의 영역은 시인의 두뇌가 만들어놓은 환상적인 불가능성으로서 세계의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다. 시는 바로 그와 정반대의 것, 즉 진리의 꾸밈없는 표현이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는 문화인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저 현실의 거짓투성이의 가식을 떨쳐버려야 한다. 이러한 본래의 자연 진리와 유일한 현실인 체하는 문화 거짓말의 대조는 사물의 영원한 핵심인 물 자체와 전체 현상 세계 사이의 대조와 유사하다. 현상들이 지속적으로 몰락해가는 가운데서 형이상학적 위안을 지닌 비극이 실존의 핵심의 영원한 삶을 가리키듯이 사티로스 합창단의 상징성은 이미 하나의 비유 속에서 물 자체와 현상 사이의 저 근원적 관계를 말해준다. 현대인의 저 전원적 목자는 그에게는 자연으로 간주되는 교양이라는 환상들 전체를 모사한 것에 불과하다. 디오니소스적 그리스인은 진리와 최고의 힘을 발휘하는 자연을 원한다 ─ 그는 마법에 걸려 사티로스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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