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8 일

by 홍석범

오후의 그림. 청소를 끝낸 뒤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고 창문을 열어둔 채로 침대 위에 앉아 토마스 만의 단편 소설을 읽었다. 창턱에 머리를 기대면 하늘을 배경으로 나무의 흔들리는 가지 끝이 보였기 때문에 한가로운 정원에 홀로 나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따금씩 들리는 새소리 외에 기찻길은 고요했고 뒤돌아보지 않고도 얇은 철선을 달구는 태양빛을 느낄 수 있었다. 곧 잠이 들었는데 다시 눈을 떴을 때까지도 여전히 환해 기분이 좋았다. 바람이 불어와 나는 이불을 가슴까지 끌려 올렸다.






2015. 4. 8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서문.


아마도 결국 첫 번째 책이 가장 중요한 책일 것이다. 그것은 반드시 쓰여야만 했을 것이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러한 움직임을 통해서만 큰 도약을 할 수 있다. 사실을 표현할 기회는 단 한 번 밖에 오지 않는다. 마음속에 있는 매듭은 그 한 번의 기회에 결코 풀리지 않는다. 그것은 삶의 어떤 순간에만 가능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 순간은 아주 젊은 시기와 일치한다.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 자신을 표현하든 그렇지 않든 게임은 끝난다. (그리고 백 년 후가 아니라 백오십 년 후라도 알지 못할 것이다. 동시대인들은 좋은 심판관이 될 수 없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뭐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며, 이제는 진실한 말,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말도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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