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교수진이 전부 모여 4월 9일에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교수들이 차례로 나와 자신의 수업을 소개하는 데 5시간 남짓 걸렸다. 설계는 사막 프로젝트를, 세미나는 빛과 색채, 그라스호퍼, 미학까지 총 세 강의를 듣는다. 마침 그라스호퍼는 영어 전용이라 편하게 들을 수 있다. 미학은 화요일이 첫 수업이었는데 기대했던 방향은 아니었다. 교수가 지정한 예술가 목록에서 한 명을 선택해 돌아가면서 발표를 하고 그의 작업에 대해 토론을 하는 형식인데 현대 예술에 별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첫눈에 호감이 가는 작가가 없었다.
답사와 관련해 며칠간 심란했다. 사이트를 포함해 댈러스와 휴스턴까지 포함되면서 기간이 너무 길어져 나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오히려 성령강림절 주에 시간이 생겼기 때문에 혼자 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어제 처음으로 간단한 발표를 했는데 발표에 대한 전략을 바꿀 필요성을 느꼈다. 발표 내용을 전부 글로 써서 그대로 외우는 것은 전혀 효과적이지 못했다. 앞으로 언어에 대한 기준을 낮추고 발표 준비에 할애되는 시간을 차라리 작업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현명할 것이다. 오늘 잠깐 학교에 들러 크리스티안과 얘기를 나눴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조금 보이는 듯했다.
예상외로 가장 흥미로운 수업은 그라스호퍼다. 첫 시간에 함자는 우리에게 빛에 대한 다양하고 기초적인 물리학적 지식들을 알려주었다. 그가 사물들에 대해 말하는 유쾌하지만 진지한 방식이 마음에 든다. 그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어때야 하는지 말했을 때 나는 그가 이 분야에 이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튜토리얼 중 종종 우리를 둘러보며 ‘any doubts?’라고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