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온 지 3일째. 엄마는 벌써 시차에 거의 적응한 듯하다. 집 근처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한가하게 오후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어제는 공원과 시내 서점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은 뒤 전철을 타고 돌아왔다. 엄마는 유채꽃밭을 지나는 그 길을 특히 좋아했다. 사온 책들을 정리한 뒤에 마트에서 장을 봤다.
오늘 아침 빵을 사러 로어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정말 예뻤다. 차 없는 도로 위로 큰 까마귀가 낮게 날아가고 꽃잎들은 큰 물방울을 이고 있다. 사방에서 풀과 흙냄새가 난다. 엄마가 낮잠을 자는 동안 숙제를 조금 했다. 일을 분배하고 조금씩 해결해가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곧잘 도망치려 한다는 점에서 나는 융통성이 별로 없다. 생각을 나눠서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시간이 많이 주어진다 해도 별로 진득하게 생각을 이어가지는 못할 것이다. 여유를 바라는 것은 게으름의 일종이다.
꽃들을 꺾어와 엄마의 책상 옆에 마스킹 테이프로 붙여놓는다. 아침해가 들어오면 벌써 쪼글쪼글해진 작은 꽃봉오리들이 화사하게 살아난다. 작은 공간에서 두 사람이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두 배로 청소를 한다. 매일 아침 청소기를 돌리면 방이 정갈해지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의 계획은 최대한 많이 좋은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 즉 오래 기억에 남을 즐거운 일들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