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7 목

by 홍석범

일주일 만에 하늘이 완전히 갰다. GWG에 서류를 보내고 10시가 조금 넘어 튀빙엔으로 출발했다. 창밖으로 들판과 작은 숲들이 연이어 지나갔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였다.


네카 섬의 거대한 플라타너스 나무들은 전부 가지뿐이었지만 햇빛을 받아 흰색과 금색으로 빛났다. 섬의 주인은 나무들이었고 그 발치를 산책하는 사람들은 아주 작았다. 강 건너편으로 알록달록한 집들이 늘어서 있었고 그 뒤로 오래된 성과 교회의 종탑이 보였다. 교회 광장에서부터 시청 앞 넵투누스의 동상 주변까지 가득 찬 천막들은 다양한 종류의 초콜릿을 팔았다. 초콜릿 몇 조각과 달짝지근한 리큐어를 시식하고 레몬 크림에 초콜릿을 입힌 과자도 한 개 샀다. 시청 뒤편으로 빠져나와 강 쪽으로 집과 정원들이 내려다보이는 돌담길을 걸어갔다. 교회의 탑은 문이 잠겨 있었지만 언덕 위의 성으로 올라가 도시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지역 건축 사무소 중 한 곳이 그곳의 천문 관측대를 수리 중이었는데 해당 공사와 관련된 여러 보고 사항들이 큰 표지판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성문을 드나들었고 실험실의 굴뚝에서 올라오는 연기는 그곳을 거대한 부엌처럼 보이게 했다.


책을 읽기 위해 횔덜린이 살았던 작은 탑을 지나 강가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한 시간 정도 자기만의 방을 읽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주변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교회 쪽으로 올라갔다. 헤세가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서점이 문을 열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교회의 내부에는 거의 아무도 없었고 스테인드글라스는 긴 트럼프 카드처럼 공중에 떠 있었다. 많은 종교화로 치장된 그곳은 엄숙한 갤러리처럼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 헤세의 서점에서 그림 형제 동화집을 샀다. 30년 만에 역사가 되풀이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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