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8 금

by 홍석범

D 은행의 여직원은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뜸을 들이며 얘기했는데 어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카라쿠리 인형처럼 보였다. 집으로 돌아와 조건이 더 나은 C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서류들을 준비했다. 마침 마리나 역시 볼 일이 있어 시내까지 함께 가기로 했다. 버스에서 그녀는 나의 ‘숙제들(그녀는 Aufgabe라고 했다)’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말하며 내가 이 타지에 도착한 지 아직 3주도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했다. 나는 실제로 일들이 해결되어가는 방식이 너무 순조로워서 오히려 약간 불안함 마음이 들었지만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C 은행에 도착한 나는 곧 작은 방으로 안내되었다. 포마드 머리를 한 젊은 은행원은 길데로이 록허트처럼 많은 치아를 드러내 보이면서 웃었다. 그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지체되는 듯싶을 때마다 나에게 정중하게 사과했다. 그 싹싹하고 손이 빠른 남자는 무엇인가 열심히 일을 하더니 모든 일이 문제없이 끝났으며 다음 주 내에 우편으로 카드와 관련 서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또 하나의 숙제가 끝난 기념으로 그와 악수를 나누고 시간을 확인하니 5시 5분 열차를 타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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