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16 월

by 홍석범

설계가 끝났다. 주말에 미리 걸어놨던 도면들을 전시팀이 전부 내려놓는 바람에 아침에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예정됐던 순서보다 훨씬 일찍 발표했다. 약간 얼이 빠진 상태로 준비한 내용을 읽었다. 무엇인가를 한 지점으로 모으는 데 어쨌든 완전히 실패하지는 않았다고 느꼈다. 점심을 먹으러 내려가는데 슈무츠 교수가 뒤에 남아 내 도면들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우리는 지붕 구조에 대한 몇 가지 얘기를 더 했다.


저녁 8시쯤 모든 발표가 끝났고 다 같이 모여 맥주를 마시면서 뒤풀이를 했다. 벌써 첫 학기가 지나가버린 것과 그새 얼마나 다양한 일들을 했는지가 새삼 놀라웠다. 44번 버스를 타고 언덕을 내려가는데 작년 11월 처음 슈무츠 교수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봤던 야경이 보였다. 조금 더 성장했다고 느꼈다.










2015. 7. 16



1년 만에 바슐라르를 읽는다. 앞으로의 13일은 내가 잠정적으로 상정한 회복기이다. 거의 두 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어제는 마의 산 첫 장을 읽었다. 저녁에는 활주로에서 한 시간 자전거를 탔다. 몸의 자유로움은 곧 정신의 자유로움으로 이어졌다. 어두워지면서 바퀴 아래로 빠른 물살처럼 지나가는 콘크리트 무늬만 간간이 보였다. 주변의 형체들은 거대한 회색 덩어리로 뒤섞였고 나는 그 속으로 나를 괴롭히는 모든 것들을 전부 처박아버리는 상상을 하며 점점 더 빠르게 페달을 밟았다.


정신은 화학결합으로서의 육체에 지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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