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
열한 시간을 자고 나서 에디트 피아프에 대한 영화를 봤다. 두시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날이 흐리고 아침부터 비가 내려 비행은 취소되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어렵다고 느꼈다. 마치 어딘가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마의 산을 조금 읽어보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질서와 안락함을 느끼고 싶다.
점심으로 먹은 빵이 우유에 불어 위 속에 꽉 차 있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서 다음과 같은 우울한 문장을 발견했다. 머지않아 너는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고, 머지않아 모두가 너를 잊게 될 것이다.
한 시간 동안 산책을 하고 시체처럼 침대에 누워 해가 지면 자전거를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그 모든 것이 약간 허무맹랑하게 느껴졌다. 매 순간 새롭게 태어나는 존재는 언제나 그대로인 불행한 하나의 존재 속으로 끊임없이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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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바슐라르는 사물들의 내밀성에 대한 온전한 인식은 즉시 한 편의 시라고 했다. 프랑시스 퐁주는 사물들의 내면에 대해 몽상적으로 연구하면서 우리는 어휘들이 가진 몽상적 뿌리를 향해 간다고 지적했다. 사물에 대해 쓰는 것은 사물에 대한 하나의 태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사르트르의 말대로 언젠가 사물들의 핵심을 발견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발명할 필요가 있다. 물질적 몽상, 질료적 몽상은 건축가에게 가장 근원적인 이미지들을 드러내 준다. 파르테논의 돌들은 펜텔리콘의 정기를 그대로 몸속에 담고 있다. 말하자면 그것은 대지와 산 자체이다.
퐁주는 사물들의 깊이는 어휘들의 무한한 원천들에 의해 복원된다고 썼다.
황금의 잔을 들어 그것들에게 이름들을 쏟아부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