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17 금

by 홍석범

메를로-퐁티는 사유에 대한 우리의 분석이 마치 사유가 그 낱말들을 발견하기 이전에 이념적인 텍스트로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의 문장들이 그것을 번역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진행된다는 사실을 비판한다. 저자 자신은 자신의 글과 비교할 만한 어떤 텍스트도, 언어 이전의 어떤 언어도 가지고 있지 않다.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 언어학자의 언어와는 다른 언어를 발견해야 하며, 존재하는 언어란 사유를 번역하는 언어가 아니라 사유를 만드는 언어, 또한 바로 그 표현과 사유 사이의 불일치로 인해 다시 새로운 표현으로 향하는 언어이다.


발화로서의 언어에 대한 메를로-퐁티의 설명은 사랑에 대한 것과 흡사하다. 아마도 이때의 사랑은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결여를 채우기 위한 대상의 발견으로서의 사랑과 유사한 어떤 것일 것이다. 메를로-퐁티에게 말이란 외부 세계가 말하는 주체 안에 마련하는 내적 결핍을 채우려는 노력이다. “직조공처럼 작가는 반대편에서 작업한다. 그는 언어하고만 상대하는데 그러는 중에 갑자기 의미로 둘러싸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메를로-퐁티는 스타일을 강조했다. 가시적인 것들에 대한 내적 등가성의 발견과 실행이 곧 스타일을 만든다. 이는 앙드레 말로가 말한 주체성의 현현으로서의 스타일과는 다른 것이다. 메를로-퐁티에게 스타일은 한 개인이 자기 자신과 일치하면서 동시에 세계와 일치하는 방식이다. 내적 도식에 의해 삶의 분산된 경험의 국면들은 어떤 구조를 형성하고, 이러한 구조의 형성은 외부 세계와의 접촉에 의해서만, 즉 감각적인 것들을 한데 모으는 어떤 형식의 발견─표현─을 통해서만 가능해진다. 다시 말해, 스타일은 단지 한 개인의 습관이나 일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을 표명하는(헤겔식의 외화) 방식이다. 그리고 스타일은 의미의 고정점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식으로 전달된다.






2015. 8. 17 월



16년 4월 20일 전역


하나의 길을 선택하면 다른 길들은 더 이상 가지 못한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은 이미 시작된 길이고 또한 아주 멀리까지 가는 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멀리 보아야 한다!



어떤 특정한 기분에 빠져있을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책들이 있다. 사실 책들은 대부분 그러하다. 예를 들어 지금 읽고 있는 젊은 코르뷔지에의 여행기는 지금의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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