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19 일

by 홍석범

2015. 8. 19



기지 방어 훈련 중 몇 가지 장면들


바닥에 꼼짝 않고 엎드려 있다. 양옆으로는 검은 코끼리 같은 소방차가 줄지어 서 있다. 머리 바로 앞에 기둥이 있고 그 옆으로 멀리 어둠 속에 잠긴 격납고들이 보인다. 브라보 주기장에 산림청의 주황색 헬기가 포터블 라이트들의 스산한 빛에 둘러싸여 거대한 전시물처럼 서 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면 9호차 범퍼 밑으로 엎드려 있는 두 번째 사수의 형체가 보인다. 간부 중 한 명이 차고 밖으로 손을 뻗은 채 지나갔다. 그의 머리 위로 부채꼴 모양의 빛과 희미하게 빛나는 날벌레들의 무리가 있다. 총구의 야광 지시표지 역시 똑같은 색이다. 뒤쪽에서 물소리가 들렸고 바람이 차고 안쪽으로 불어왔다. 기둥 아래에 피워놓은 모기향 냄새가 얼굴을 부드럽게 감싼 뒤 목덜미를 따라 양옆으로 흩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벌레들은 계속 연기 덩어리처럼 움직인다.


문득 오래전 갔던 자연사 박물관의 한 방이 생각났다. 그 높고 검은 벽 혹은 유리로 된 거대한 방은 박제된 동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방에 흩어져 있는 조명은 은은하게 빛났고 그 방은 마치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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