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20 월

by 홍석범

시간이 너무 빠르다. 계속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나는 탓에 하루가 더욱 짧게 느껴진다. 최소한 밤에 조금은 집중할 수 있고 계획한 일들을 한다. 그러나 나흘 뒤까지 끝내 두려고 했던 일들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아직도 이번 학기에 작업했던 것들을 정리하지 않았다. 운동을 시작한 지 2주 정도 되었는데 약간이라도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 금방 귀찮아진다.


메를로-퐁티의 사상에 빠져 있다. 이번 방학 안으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눈과 정신 두 책을 정리하는 것이 목표다. 여행을 다녀온 뒤에 지금까지 구상만 해오던 세 번째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메를로-퐁티는 아마 그리스 철학자들 이후에 최초로 다시 세계를 총체적으로, 하나의 예술로써 설명하려 했던 사람이다. 그는 지각하는 자로서의 세계-내-존재를 구체적으로 다루면서 실존의 문제에 다가가지만 동시에 살의 개념을 통해 세계의 존재론적 구조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 작업을 위해 그는 아주 오래된 원소라는 단어를 다시 불러왔다. 이것은 분명 철학자 자신에게나 독자에게나 대단히 흥분되는 순간이다. 그가 난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가 어쨌든 말하기를 시도했던 것들이 설명될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 아니라 경험되고 직관적으로 깨달아져야만 하는 것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철학은 세계가 직접 말하도록 하는 것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앞으로 이틀간 작업 노트를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질 것이다. 그 외에 미미하게나마 독일어를 연습하기 위해 분위기들도 읽어야 한다.






2015. 8. 20



큰 틀


8월 : 알레프/월든/모세/부분과 전체/동방/선악·도덕

9월(첫 두 주밖에 시간 없음) : 쇼펜하우어?


5단계 계획 … 약 7개월

10/3~11/6 5주

11/12~12/18 5주

12/24~1/29 5주

2/4~3/10 5주

3/17~4/19 5주


[전역 후]

김영철 교수님 토요 강독

괴테

Mappe - Wall에서 벽 개념 심화, 구조 넣기

+ 한국 여행? (독일 1달 : 사전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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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돗자리 위 3미터 높이의 허구적 빛의 천장, 그리고 그 위에 둥글게 부푼 넓은 그늘은 내가 아는 가장 시적인 건축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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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군에 폭격이 있었고 4시 50분경에 첫 스크램블이 떴다. 마지막 전투기가 내린 시각은 11시가 넘어서였고 이제야, 12시가 조금 안 된 지금 긴장이 풀린 상태로 이걸 쓰고 있다. 이 작은 칸막이 책상 내부로 상체를 구부리고 뒤통수에 할로겐램프의 빛을 받으며 의미 없는 내용들을 끄적이는 것은 일종의 의식이다. 구두점을 찍고 난 뒤 다시 차분한 상태가 된다.


오늘 많은 생각들을 했다. 대부분 쓸모없는 것들이었다. 동방여행을 조금씩 읽으면서 장소에 대해 바로 그 장소처럼 쓰는 것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나 곧 모든 문제는 언어 내부에 있기 때문에 그것은 다만 두 가지의 전혀 다른 재료로 비슷한 모양을 만드는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내일은 조금 더 좋은 표현들을 가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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