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2 일

by 홍석범

잠에서 깨니 하늘은 흐리고 공기는 약간 축축한 곧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였다. 커피를 마시면서 여독이 조금 가실 때까지 앉아 있었다. 마트에 갔는데 문 앞에 도착해서야 일요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행히 집 앞 편의점에서 생크림과 맥주를 살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K는 낮잠을 잤다. 나는 생일인 엄마와 통화를 한 뒤 졸면서 책을 읽었다.


늦은 오후가 되어 시내를 한 번 둘러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도서관까지 큰길을 따라 쭉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K는 단호하게 스튜디오 설계와 사무실 설계를 구분해서 말했는데 나는 내심 그것이 못마땅하면서도 그 태도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그가 다니는 사무실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문득 그가 자신의 부대와 보직에 대해 설명해주던 아주 오래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조직을 관찰하고 그 배후의 정신을 분석해내는 데 소질이 있다. 그리고 아마도 그 이유에서 나는 K가 사람들을 묘사하는 것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2015. 9. 2



라인 빌라의 서재를 염두에 두고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했다.


오전 중 11시까지는 니쉬를 통해 많은 빛이 들어온다. 그 내부에는 위가 둥근 넓은 창과 고정식 탁자, 그 양옆으로 쿠션을 댄 벤치가 있고 니쉬 옆으로는 큰 서가가 붙어 있다. 대청과 면하는 북측 구석에는 벽난로가 있다. 이 벽난로의 굴뚝은 2층 부부 침실의 화장실을 지나 다락에서 2층 거실의 벽난로 굴뚝과 합쳐진다. 니쉬 외에도 서재의 벽난로 옆에는 작은 창이 있고 그 앞에는 낮고 둥근 탁자와 안락의자가 있다. 이 창을 통해 정원을 내다볼 수 있고 중앙에는 1500*2500 크기의 참나무 책상이 있다. 현관과 작업실 문을 제외한 모든 문은 미닫이문이다.


모든 사물에는 가장 작은 사물에까지도 정서가 깃들어 있다. 그것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의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다. 사물들이 특유한 방식의 정렬 속에 있게 되면서 비로소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문고리와 같은 가장 작은 조형의 산물은 삶에 본질적으로 관여하는 중요한 몸짓을 만들어낸다. 소박성은 호화로움 속에서 그 가치를 찾고 반대로 호화로움은 소박성 속에 있다. 삶의 모순적인 장치들을 찾아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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