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10 수

by 홍석범

2015. 10. 10



아침에 비행이 없어 제설 대기실에서 낮잠을 잤다. 얇은 칸막이벽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차고 바로 바깥의 허허벌판과 그대로 맞닿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은 이불 속의 공간을 훨씬 더 안락하고 보호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사리넨 : 건물이란 공간 속에 또 공간이 있는 듯한 조직에 관한 것이다.


어제 새벽하늘은 마치 폭풍전야처럼 청명했다. 근래 본 것 중 가장 밝고 선명한 별들. 새끼손톱처럼 누워 있는 달 위로 눈부시게 빛나는 점이 있었는데 별보다는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 같았다. 남쪽 하늘에는 오리온성좌가 기이할 정도로 입체적이게 떠 있었고 활주로 건너편 어딘가에서 수탉 우는소리가 울렸다.


요 며칠 기억해둬야 하는 것들을 메모해두지 않아 분명 중요한 몇 가지를 다시 잊어버린 기분이 든다. 요시후미는 집을 답사한 후 곧바로 원고 집필을 하지 않고 반년에서 일 년간 미뤄두었다가 ‘공백의 시간이 기억의 여과 장치’로 활동한 뒤에야 ‘머릿속의 기억과 몸에 스며들어 남아 있는 인상을 조금씩 잡아당겨가며’ 원고를 썼다. 의미 있는 것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가 여행했던 곳들에 대해 무엇인가를 쓴다면 나는 분명 그 의미들을 다시, 더욱 확고하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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