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이반을 만났는데 그는 선물이라며 테이트 모던에서 사 온 엽서 세트를 건넸다. 모두 모였을 때 그는 사람이 많으면 약간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각성 기록. 어젯밤 11시쯤 랜턴을 챙겨 몰래 활주로로 나갔다. 아직 눈이 어둠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하늘의 희미하게 빛나는 한 점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집중했다. 오케스트라가 조율을 하는 것처럼 희미했던 점 주위에 점차 수많은 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을 주시하며 천천히 라인 쪽으로 걸어 나갔다. 별자리 지도와 방위를 맞추기 위해 북쪽을 머리 위로 둔 채로 조금씩 뒷걸음질 치며 한동안 방황했다. 하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계속 움직였고 마치 전혀 움직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카시오페이아 밑으로 하늘의 중앙에 펼쳐져 있는 페가수스의 거대한 직사각형을 알아볼 수 있었다. 서쪽 지평선 위로는 백조자리(백조가 양옆으로 펼친 날개의 끝 별이 서쪽 하늘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보이는 지점이었다)의 알파성 데네브와 거문고자리의 베가,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가 이루는 여름 삼각형이 보였다. 페가수스의 왼편에는 안드로메다와 그녀의 구원자 페르세우스가 있는데, 고르고의 머리에 박혀 있는 별은 프톨레마이오스가 아랍어 ra’s al-ghul을 따라 ‘악마의 머리’라는 뜻으로 ‘알골’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페르세우스의 아래 다리 밑에는 작게 무리 지어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있고 다시 그 밑에서는 황소의 눈 알데바란이 이글거린다. 이 황소의 뿔을 따라 올라가면 곧바로 마차부자리로 이어지는데 마차부의 어깨에는 제우스가 올려놓았다는 요정 아말테이아가 빛나고 있다. 황소의 왼편 동쪽 지평선 너머로 거한 오리온이 서서히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거대한 천구의 형상들이 대륙처럼 이동하면서 서쪽 지평선 뒤로 알타이르가 희미하게 멀어져 갔다. 그 가운데 아주 작은 한 점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감동적이면서도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그리스인들에게 ‘인간’이라는 단어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자’를 의미했다. 나는 콘크리트 벌판 위에 누워 오랫동안 별들을 바라봤다. 하늘을 올려다본 이후의 인간은 어찌 그 전과 다르지 않을 수 있을까? 어찌 그는 계속 올려다보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