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가는 길에 패스트 페이스가 발령되었다. 완전히 검지 않은 하늘을 배경으로 풍경이 묘했다. 포르투에서 철제 다리 밑을 지나갔던 것이 떠올랐다. 가로등 밑으로 펼쳐진 인조잔디의 모습이 그때 S와 산책했던 작은 광장의 잔디밭과 겹쳐진 모양이다. 밤과 가로등 불빛과 잔디밭의 초록. 도서관에서 도면을 펴놓고 가만히 앉아 있는데 등화관제가 걸렸다. 사서 근무자와 나는 둘이 텅 빈 도서관의 불을 껐다. 차양을 조금 올려 가로등마저 꺼져버린 주차장과 그 뒤의 하늘을 내다봤다. 통나무 의자 근처 주황빛 등 하나만이 빛을 내고 있었다. 그 빛과 나 사이에 놓인 검은 나무들의 외곽선이 안개처럼 흔들렸다. 달이 점점 얇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자를 쓰고 달을 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바깥으로 몰래 나가 창문 바로 앞에 섰다. 사방이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달은 완전히 없어져 버릴 것처럼 미세하게 진동하면서도 종잇장 같은 두께를 끈질기게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서서히 밀려가더니 나무들 뒤로 모습을 감췄다. 문득 엄청난 수의 별들이 빛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하늘이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다시 안으로 들어왔을 때 서치라이트가 켜졌고 비현실적인 광선들이 하늘을 휘젓기 시작했다. 라인 안에서 살았을 때는 종종 활주로 밖으로 나와 그 광원들을 찾곤 했다. 거대한 선들이 놀랍도록 선명하게 천구의 위아래를 비추면 곧 공간과 시간, 거리감에 대한 인식이 사라진다. 헬리콥터 한 대가 도서관 위를 지나쳐 갔을 때 순식간에 서치라이트 여섯 개가 헬리콥터의 허연 배 아래로 모아졌다. 그 순간 그 기계는 커다란 고등어처럼 보였다. 의류대를 맨 병사 한 명이 주차장을 지나갔다. 그는 내가 앉아 있는 창가 앞에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는 몇 걸음 움직이더니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서치라이트가 꺼지고 곧 인조잔디 위 야등도 다시 켜졌다. 우리도 불을 켰다. 이미 도면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