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한 카페에서. 엄청난 비가 쏟아지고 있다. 어제 시나고그에서 들었던 말.
내가 본 마리오 보타의 건물은 대학교 일 학년 때 K와 답사를 한답시고 카메라를 들고 찾아갔던 리움 미술관이 전부였다. 당시에 라이트의 구겐하임을 어설프게 따라 했구나, 근데 벽돌의 붉은색은 예쁘네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뭐든지 일단 만지고 보는 K는 건축가의 트레이드마크인 그 테라코타 벽돌을 열심히 쓰다듬었었다.
지금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문장은 우리에게 보타의 시나고그를 설명해 준 텔아비브 대학의 건축학과 교수가 했던 말이다. 사각형은 원이 됩니다. 그는 그게 건축가가 의도했던 것이라고 했다. 어쩌면 기공식에서 보타는 근엄한 목소리로 실제로 그렇게 말했을지 모른다. 사각형은 지상, 원은 하늘. 사각형은 인간, 원은 신. 평면의 사각형은 약간의 기교를 통해 지붕의 원으로 변한다. 그러나 멋있게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그 모양보다도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사각형은 원이 됩니다. 어떤 심오한 의미가 숨어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질문해야 할 것은 어떻게 사각형이 원이 되는가가 아니다. 왜 사각형은 원이 되는가?
엄마에게 로스코의 채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로 그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물론 실제로 본 적도 없는, 내가 멋대로 상상한 이미지이긴 하지만.
나도 아이폰을 쓰지만 한가람 미술관에서 로스코 전이 열렸을 때 스티브 잡스가 숭배했던 미니멀리즘의 대가라는 김새는 카피 때문에 결국 가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추상화된 사물을 일단 미니멀하다고 부르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로스코를 미니멀리스트라고 할 수 있을까? 채플의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점점 강렬해질수록 그때 그 전시에 가지 않았던 것이 후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