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가 만신창이 된 노트북을 돈을 들여 고칠 바에는 새로 하나 사는 게 나을 거라고 했다. 짜증 나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결국 어제 아침 새 노트북을 사 오후 내내 이런저런 세팅을 했다. 그래픽카드 성능은 익사해버린 선임보다 좋지만 디자인은 그만큼 정갈하지 않다.
파트리치아는 자기 동생의 컴퓨터도 며칠 전 갑자기 망가졌다고 했다. 내가 이상한 우연이네 라고 씁쓸하게 대답하자 앞으로 더 좋은 일이 올 거야, 난 알 수 있어 라고 말한다. 아니면 내가 마음 속으로 그 말을 했던가? 그녀는 내 정수리에서 긴 새치 하나를 찾아냈지만 내가 뽑으라고 하니 안 된다고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새치 하나 뽑으면 열 개 더 나. 머리를 잘랐는데 이상하게도 심신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비가 오는 듯 안 오는 듯하는 축축하고 선선한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