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저녁과 17일 점심 교수님과 H를 집으로 초대했다. 17일 점심 이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진델핑엔에는 같이 가지 못했다. 약을 먹고 한숨 자니 기운이 조금 돌아오는 듯했다. 저녁에 다시 만나 시내의 한 영화관에서 더 페이버릿을 봤다. 노파심에 자기 전 두 종류의 약을 먹었는데 과다 복용 부작용으로 몸 상태가 오히려 나빠졌다. 새벽 내내 구토 증상이 이어졌다. 아침에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고 교수님과 H는 먼저 쾰른으로 떠났다.
오후에 몸이 조금 나아졌을 때 기차를 탔다. 그러나 쾰른에 도착하기 전 다시 몸에서 힘이 빠지고 근육통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역에서 둘을 만났을 때는 반가웠지만 얼른 드러눕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기운이 조금 돌아왔을 때 근처 병원에 갔다. 나는 편도선이 부었다고 말했고 의사는 내 겨드랑이에서 응어리가 잡히는지 만져봤다. 약을 처방받아 나오는데 계속 식은땀이 흘렀다. 숙소로 돌아와 약기운이 퍼질 때까지 누워 있었다. 교수님과 H가 클라우스 채플을 보러 나간 뒤 홀로 방 안에 있기가 답답해 시내를 조금 돌아다녔다. 오후 반나절 동안 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지만 슈뉘트겐 박물관과 발라프-리햐르츠 미술관에서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경험을 했다. 중세 시대의 세밀 조각품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호두나무로 만든 묵주로, 일곱 개의 엄지손톱만 한 해골들은 작은 걸쇠를 풀면 벌새의 깃털로 장식된 각각의 정교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매일 공부한 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는 것은 대단한 근면 성실함이다. 나는 그저 무의식 어딘가에 자동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믿으면서, 나태한 방식으로, 약식으로 책을 읽는다. 쟁기질을 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