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기

2019. 2. 20 수

by 홍석범

뒤셀도르프에서 얼마 멀지 않은 홈브로이히 섬에 다녀오다. 있는 그대로 보존된 자연과 보기에 예쁘지만 때로는 다소 작위적인 설정의 작은 집들. 나무로 지은 건물은 없고 주로 콘크리트나 벽돌을 사용했다. 정사각형 기둥과 대리석 바닥. 빛이 들어오는 유리문. 늪과 오리들과 남천과 비슷한 빨간 열매들. 반 고흐를 떠올리게 하는 나무들. 이끼가 자란 교회 모양의 벽돌. 기하학적이고 모서리가 정갈한 벽돌집. 비스듬한 천창과 검은 유클리드의 상징들. 녹슨 철문과 벽돌을 댄 테두리를 돋보이게 하는 회반죽 마감. 부처의 얼굴들. 아주 좁고 팔걸이가 높은 돌의자. 산양의 뿔. 희고 거대한 문. 그보다 더 거대한 그림. 바흐. 칼더의 얇은 철사. 삼각형 지붕과 둥근 원목 탁자. 식빵과 삶은 감자 몇 개. 버스정류장의 미학. 등, 등, 등.






2016. 2. 20



건축가 라스무센과 스완, 혹은 프루스트의 공통점은 베르메르와 드 호흐의 그림을 연구했다는 것이다.

사르트르의 독자적인 문학사가 그에게 가리켜 보여주었던 문학의 본질, 혹은 그것이 다시 나에게 가리켜 보여주게 된 질문들.

R은 제주도 흑돼지를 섬 밖으로 반출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다소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한다.


집에서 오랜만에 책들을 정리하면서 소일했다. 이사를 염두에 두게 되면서 새로 주문한 책들을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쌓아두고 있기 때문에 방이 창고 같아졌다. 이번에 도착한 두 권의 시집은 상업적으로 과대 포장되어 있다. 얼른 봄이 오고 이사를 해 책들을 가지런히 꽂아주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2019. 2. 19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