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한 주가 지나갔다. 마스터 첫 콜로키움에 두 시 반쯤 도착해서 대충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서너 프로젝트를 둘러봤다. 대부분의 스토리텔링이 비슷했고 사이트 분석과 개략적인 프로그램 정도를 발표했다. 눈에 띄는 작업은 없었다. 이반은 오전에 있었던 니콜라의 발표가 괜찮았다고 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확하게 말할 것. 설득력 있는 논리로 문제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건축적이고 물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 간단한 것 같지만 간단하지만은 않은 문제다. 전략적인 소통의 기술이 필요하다.
미학 수업 중 후버 교수가 이세 신궁 이야기를 해서 잠시 놀랐지만 곧 그녀가 일본에서 워크숍을 했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그녀는 한국이나 일본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무의식적으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막연하게 기대하는 습관이 있는데 다행히 내 핸드폰에는 그녀가 원했지만 찾지 못했던 사진이 저장되어 있었다. 막디의 생일파티에 가는 길에 나름 고심해서 와인을 샀는데 그녀의 집을 두 블록 남겨놓고 길 한복판에서 떨어뜨려 병이 박살 났다. 엉거주춤한 포즈로 나는 그 하얀 병이 팔 사이를 천천히 미끄러지는 비현실적인 모습을 지켜봤다. 갑자기 퍽 소리가 났고 순식간에 유리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와인이 폭포처럼 쏟아지면서 왼쪽 바짓단 아래를 적셨다. 잠시 그대로 서 있다가 망연자실한 채로 계단을 내려갔는데 길 건너에 와인 가게가 있었다. 그 우연에 놀라면서, 다시 기분이 가벼워진 상태로 그곳에서 프로세코를 샀다. 내가 도착했을 때 막디와 알베르토는 피자를 굽고 있었다. 좁은 부엌에서 열 명가량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붙어 앉아 다섯 시간 넘게 떠들었다. 막스가 직접 만들어 온 초콜릿 케이크에 초를 꽂았고 다들 노래를 불렀다. 나중에 내가 와인병을 박살 낸 얘기를 하자 막디는 내 얼빠진 표정이 눈에 선하다며 자지러지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