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는 일기를 쓸 때 매일 낱장의 종이에 썼다. 그것은 매일 새로운 지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젯밤의 폭죽놀이는 정말로 대단했다. 그렇게 조용하던 뵈블링엔의 주택가 사방에서 굉음이 울렸고 다양한 종류의 불꽃들이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밤 산책을 나갔을 때 나는 마치 심장을 쿵쾅거리게 하는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기분이었다. 총성과 같은 폭죽 소리가 울리면서 하늘은 불꽃들의 연기로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흐려졌다. 어떤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블라인드가 내려진 정사각형 창문들 뒤에 가려져 있던 모든 종류의 삶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온갖 빛깔들로 얼룩진 거대한 덩어리가 된 듯했다. 시간이 5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을 무렵부터는 거의 모든 곳에서 경쟁하듯 불꽃들이 쏘아 올려져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그 장관은 거의 반 시간 넘게 지속됐다. 미치광이 같았던 밤과 도시는 그 후로도 새벽까지 간간이 작은 불꽃과 연기를 내뿜었다.
반시대적 고찰에서 역사에 대한 부분을 다시 읽었다. 내일은 메모들을 뒤져볼 시간이 충분할 것이다. 주말에는 K와 일 년 만에 만난다. 우리는 어떤 이야기들을 하게 될까? 나는 내가 알게 된 것들을 말할 것이고 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또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것이다.
자기 전 오늘 읽은 울프의 일기 중 한 구절을 적어둔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시다. 그래서 나는 술집 앞의 술 취한 수병처럼 후회하고 있다… 곡물 밭과 헐렁한 파랑, 빨강 옷을 입은 추수하는 아낙네들의 무리, 그리고 노랑 옷을 입고 서서 바라보고 있는 소녀들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따위를 요즘은 자주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내 눈 탓이 아니다. 일전에 찰스턴에서 돌아왔을 때, 저녁이 (놀랄 만큼, 그리고 넘쳐나리만큼) 너무 아름다워 내 신경은 곤두섰고, 빨개지고, 감전된 것 같았다(적절한 표현이 없을까?). 그래서 그 순간 그것들을 모두 붙잡아서 간직해 둘 수 없다는 것이 원망스러워졌다. 인생을 걸어가는 과정에서 보게 되는 갖가지 발전을 파악하려는 데서 인생은 한없이 흥미로워진다. 나는 마치 실험 삼아 손가락들을 펴고, 이것저것 허섭스레기로 가득 찬 터널 속 좌우편을 더듬고 있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