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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Nov 22. 2020

2020. 11. 18 수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빌바오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교육생 루이자가 만든 방문자 센터의 이십오 대  모형에 이런저런 문제가 있었고 오늘 내로 그것을 클라인 씨에게 보여줄 예정이었던 크리스토프는 약간 공황 상태에 빠져 나에게 그녀를 도와주라고 했다. 문제는 루이자가 다소 체계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모형을 만든 데에서 비롯된 듯했는데 그녀는 입면도를 따라 모형의 외벽을 먼저 만들고 안쪽으로 부재들을 세워가는 방식을 취하면서 기준선을   혼동하는 실수를 했고 벽과 슬래브의 두께를 스케일에 맞추지 않아 결국 약간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 되었다. 이걸 쓰면서 AFGH 실제로 스위스에 어떤 미술관 주인을 위해 바로  방식으로 지은 집이 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이들은 가스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3 높이의 벽을 층층이 쌓지 않고  번에 세운  안을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집을 지었는데  결과로 얻어진 벽의 근사한 묵직함은 내가 느끼기에 건축에서 필수적인 아르카익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다. 물론 가여운 루이자는 이런 것을 시도했다기보다는 그저 도면에 폼보드를 대고 모양 그대로 자르면 된다는 크리스토프의 말에 도면을 뽑았는데 그게 하필 평면도 단면도 아닌 입면이었던 것뿐이겠지만 다시 모형을 찬찬히 살펴보니 그가 히스테릭하게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짧은 (프라우 리와의) 경험상 이런 일이 닥치면 보스들은 무조건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일단은 그들이 당황했기 때문이고 또한 어차피 일을 고치는 것은 사원의 몫이며 보스는 전체적으로 잘못됐다는 사실만 인지할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는지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미팅을  시간 남겨놓고 전혀 생경한 건물 모형 앞에 앉게  크리스토프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실제로 문제가 아주 간단하지만은 않았지만 우리는 이미 분리 가능한 이층을 들어내고 일층 벽들의 높이를 맞게 자른  이층 슬래브 밑에 판을 덧붙여 두께를 확보하는 식으로 모형을 원래 모습에 거의 맞게 수정할  있었다. 루이자는 이제  직업 교육을 시작한 18 소녀로 제대로  스케일 모형을 만들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는데 나는 조금 놀라면서 그렇다면  정도도 정말 잘한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백대 일보다  스케일에서는 무엇보다도 벽과 바닥의 정확한 두께가 중요하다는 것과 계단을 공들여 만들면 모형 전체가 좋아 보인다다소 한심한 조언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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