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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Nov 22. 2020

2020. 11. 19 목

주중 하루 일과는 대략 다음과 같다. 다섯시에 퇴근하면 매일 집에 오는 길에 장을 본다. (이것으로 종종 사치를 부리게 되지만 다음 날 싸갈 점심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다섯시 반에서 여섯시 사이에 집에 도착하면 일곱시까지 간단한 운동을 하고 씻는다. 여덟시 반까지 침실에서 일기를 쓴다. 여덟시 반에서 열시까지 티비나 노트북으로 한국 프로, 영화 등을 보면서 저녁을 먹고 치운다. 열시부터 열두시까지는 한 가지 활동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이때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개인 프로젝트를 한다. 잠들기 전 열두시부터 이삼십분 정도 핸드폰을 본다.


목표는 코바흐에서 사는 동안 이 루틴을 지키는 것이다.



멕시코 팀에게 그들이 보내준 도면(이라고는 사실   없는 다이어그램) 신뢰도를 파악하기 위해 그것이 작성된 방식을 물었는데 생각했던 대로 라이노에서 모델을 만든   단면 슬라이스를 엑스포트  것이라고 했다. 당연히 선들은 전부 어긋나 있었고 치수나 각도 어느  하나 표기된 디멘션과 맞는  없었다. 2000 실제로 2013, 45 45.6 식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차라리   일로 어차피 완전히 새로 그릴 생각이었고  과정에서 깔끔하지 못한 숫자나 디테일을  입맛에 맞게 정리할  있는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작업은 기본 설계가 실시 설계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설계자는 드디어 우연에 의해 결정된 숫자와 도형들에 기하학적 긴장이라고   있는 질서를 부여하게 된다. 은밀한 희열을 느끼면서 나는 거의 모든 요소들을 눈에 띄지 않는 경미한 정도로 수정하고 재구성했고  전체 면적이 허용 건축 면적에 마술처럼 들어맞는 것을 흡족하게 확인했다. 기하학적 긴장을 믿는 것은 일종의 황금 비율에 대한 미신과 같은 것으로 그것이 실제 구축된 공간에서 어떤 효용성을 가지는지는 아마 말할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긴장은 분명 직감적으로 느낄  있는 합치시키는 힘이며 그것을 평면에서 느낄  있다면  힘이 다시  위의 공간에까지 미칠 것이라고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때 우리는 갑자기 별자리를 알아본 사람처럼 무엇인가 신비롭고 믿음을 주는 것이 눈앞에 드러났음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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