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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Nov 29. 2020

2020. 11. 28 토


운동을 끝내고 라디오헤드를 들으면서 전신욕을 했다. 비스듬하게 열린 천창 언저리에서 작은 오로라처럼 넘실거리는 김을 보니 오래전에 R 교토의  료칸에서 묵었던 저녁이 생각났다. 그때 우리는 목욕을 하고 게이샤를 보고 반딧불이를 봤다. 수온과 체온이 같아질 때까지 누워 있다가 대충 물기만 닦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발코니로 나갔다. 칠흑 같은 숲속에 숨어서 누군가가 훔쳐볼 일은 없다. 그러나 본다면   어떤가. 열이 식을 때까지 김빠진 콜라를 마시면서 나는 노출증 환자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조금 멍하던 머릿속이 금방 맑아졌고 마음이 가벼워졌다. 욕조는  집에서 일종의 보너스 같은 것이다. 이런  삶이라면 걱정할  별로 없다. 따뜻한 물은 언제나 받을  있기 때문이다. 젖은 수건과 옷들을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계란을  토마토 스튜와 버터 토스트를 먹었다. 열한시 이십오분. 오늘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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