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6 토

by 홍석범

새로운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넓은 책상과 창살이 있는 창문이다. 이미 활주로에서 나는 정교한 기계를 운용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평평함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건축가만이 건물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언뜻 쓸모없어 보이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이 무엇인가를 다른 방식으로 사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하나의 질서에 대한 관점이다. 책상은 이 평면적인 사고에 필수 불가결한 조건을 제공한다. 나는 위에서 종이와 종이 위의 그림들과 연필과 지우개와 자와 칼 등 온갖 어지러진 사물들을 한꺼번에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상이 평평하고 직사각형인 것은 우리에게 안정감과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그것이 본질적인 조건이기 때문에, 그 조건이 만족되기만 하면 모든 책상은 최고의 가구가 될 수 있다. 그 위에서 우리는 종종 가장 높은 수위의 자유─조망하고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자유─를 경험한다.


라이트는 집의 중심에 벽난로를 설계했지만 나라면 책상, 혹은 식탁을 놓겠다. 그곳에서 집주인은 자신의 작은 세계를 조심스럽게 꺼내 올려놓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작은 부분들을 수정하고 덧붙이기도 하면서 그것이 점점 부풀어 올라 자신을 가로지르고 마침내 자신의 집의 벽과 지붕이 되어 다시 그를 감싸 안도록 놔둘 수 있다.






2015. 1. 6



새벽의 새로운 풍광 하나. 안개에 가려진 산들은 적당한 거리에서 내가 속해 있는 세상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더 가깝거나 멀었다면 더 이상 산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은 안개 뒤에서 점차 분해되어 이제는 생명력을 모두 소진해버린 밤과 하나로 뒤섞여 있는 듯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형체라기보다는 어떤 기운이었다. 산들은 낮게 침잠해 있었고 젖어 있는 콘크리트 바닥은 호수처럼 반짝거렸다. 갑자기 빛이 스며들었을 때(그건 나의 인식보다도 빨리 일어났을까? 아니면 나의 신경들이 가지는 역치에 한참 못 미치는 미세한 변화 속에서?) 그 덩어리는 힘없이 풀려버렸다. 산들은 한순간에 다시 조각되었고 나는 이제 그 안에 뒤섞여 굳어져 있는 비밀을 조금은 알게 된 것이다.


건축에 대한 학술논문-A Treatise on Architecture, 혹은 그와 비슷한 것. 산발적으로 메모해 둔 것들을 4-5개의 주제로 분류해 무엇인가를 쓸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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