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by 홍석범






고대 로마의 일곱 언덕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아벤티노는 배에 비유되어 왔다. 알베리코 2세의 요새에서 베네딕트회 수도원으로 바뀐 후 12세기에 구호기사단이 정착한 이래 이 배는 언젠가 테베레의 오름물을 타고 성지로 출항할 것으로 여겨졌다. 6세기가 흘러 의식적으로 역사와 신화를 구분하지 않았던 피라네지는 이곳에 배의 돛대가 될 오벨리스크와 밧줄을 상징하는 미로의 정원을 세운다. 건축가가 자신만의 은밀한 표식으로 정원문에 숨겨놓은 열쇠 구멍의 비밀은 정원 내부를 훔쳐보고자 했던 후세의 이름 없는 행인에 의해 우연히 밝혀졌고 그 무한소 속에 정렬된 공간의 무결함은 그에게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반대편의 세계를 더욱 알 수 없고 신비로운 것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마도 그의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자신의 놀라운 발견, 즉 섬세하고 정교한 정신의 아주 미묘한 장치에 대해 떠벌렸을 것이고 그의 친구들과 이웃들을 포함한 모든 로마인들에 의해 한쪽 눈을 대고 그 안을 훔쳐보는 행위는 공공연히 자행되는 다소 고상하지 않은 의식이 되었다. 이로써 그 구멍은 자신의 첫 번째 사명인 내부적인 것에 주어지는 외부적인 운명을 완수함과 동시에 역설적이게도 더욱 고귀하고 본질적인 두 번째 사명, 즉 영원히 열쇠 구멍으로 남아 공간이라는 비밀을 사수하는 것에 실패한다.



Aventino, Roma, Italy

2012.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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