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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Jan 11. 2021

2021. 1. 10 일

중간에 한 시간 낮잠을 제외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소파에 누워 체스터턴을 읽었다. 그는 지적이면서도 익살스럽기 때문에 읽고 난 뒤 흡족하고 가벼운 상태가 되었다. 다음의 인상적인 경구들을 적어둔다. 철학자는 때때로 무한성을 추구하지만 시인은 항상 유한성을 추구한다. 이러한 가장은 감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다. 보통의 힘은 폭력으로 표현될 수 있지만 최고의 힘은 가벼움으로 표현될 수 있다. 등. 막연한 충동에 의해 마음이 다소 들뜬 상태가 되었지만 잠잠해질 때까지 그냥 내버려 둘 것이다. 나는 때때로 나 자신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 그리고 그 관대함 속에서 이러한 자각은 타당하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아직도 양 팔의 근육들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그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아니다.


당구 대회를 보며 당구공이 부딪히는 소리는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난 주말에는 같은 채널에서 다트 대회를, 그전 주에는 투르  프랑스를 봤다. 이런 것들은 평소에는 전혀 보지 않는 것들이다. 평소에는이라고 썼지만 지금이 딱히 특별한 시기라는 것은 아니다. 다트는 실제로 대단히 흥미로웠고 투르  프랑스는 오베르뉴의 경관이 멋졌을 뿐이다. 나는 다트 선수가 거의 계산기와 같은 수학자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침실로 가기  불을 전부 끄고 소파에 누워 명상의 일환으로 페놀수지 공이 부딪히는 소리나 황동 침이 코르크에 꽂히는 소리나 고무바퀴가 산악도로 위를 구르는 소리를 머릿속에서 계속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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