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본질적인 마조히즘은 정신과 육체를 혹사시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습득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고통받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는 이미 할 줄 아는 것을 기억해 내고 약간의 창의력을 발휘하여 그것을 변용하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한계에 도달했을 때에야 비로소 어떤 틈—우리 내부에 존재하는지 몰랐던 불쾌하고 작은—이 열리—찢어지—고 그 사이로 새로운 것들이 비집고 들어온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고통이 사라지면 정신과 육체는 그것을 기억 속에서 다시 끄집어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