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야 비로소 신비로운 당신의 세계 앞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당신의 제단 위에 나의 회한을 바칩니다.
당신을 발견하기까지 그동안 나는 무한한 탐구를 해야 했습니다...」
아크로폴리스에 올린 기도
고대 그리스인들은 파르테논을 짓는 데 9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기원전 447년과 438년 사이 펜텔리콘 채석장에서 16,500개의 대리석 조각을 아크로폴리스로 운반하는 데 약 600명의 노동자와 150여 명의 숙련된 석공이 동원되었다. 이 건물을 복원하고자 하는 현대의 시도는 이미 35년째 지속되고 있고 그 잔해는 7만 개의 파편들로 흩어져 있다. 이곳에서 나는 돈키호테의 일부분을 다시 쓰는 데 성공한 피에르 메나르를 떠올린다. 그는 어느 편지에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해선 불멸의 존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썼기 때문이다.
17세기 초에 돈키호테를 쓰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었고 어쩌면 필연적이었다고까지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극도로 복잡한 사건들로 가득 찬 3백 년의 시간 중 돈키호테를 쓰고자 하는 자에게 가장 유의미한 사건은 물론 돈키호테이다. 파르테논의 경우 24세기라는 시간이 흘렀으며 부서진 대리석 조각들로 신전을 짓는 과업은 메나르의 글쓰기처럼 자신의 유일한 선례를 지양한다.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이 메나르는 원본을 필사하는 것을 결코 고려하지 않았고 파르테논 역시 최초이자 유일한 방식으로 지어지고 있다.
Acropolis, Athens, Greece
2019.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