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워

by 홍석범






조이스는 번역할 수 없는 신비로운 언어로 다음과 같이 썼다. My chart shines high where the blue milk’s upset. 피네간의 경야를 카발라와 비교하여 원전보다 더 긴 주석서를 쓴 존 앤더슨은 이 여덟 번째 에피소드의 주제 혹은 은유들이 강, 관용과 모유임에 주목한다. 이러한 과정들은 일단 시작되면 멈춤 없이 지속될 것이고 그로써 점차 시간과 멀어지게 될 것이다. 우연한 계기로 나는 미국의 작곡가 벤자민 보레츠가 ...my chart shines high where the blue milk’s upset...이라는 제목으로 곡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직후 그는 음악으로서의 언어, 작곡을 위한 여섯 가지 미미한 명분이라는 논문에서 언어의 기원과 의미에 대해 음악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조이스의 연구를 도왔던 사무엘 베케트는 피네간의 경야는 어떤 것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그 어떤 것이라고 말했는데 우리는 이 설명이 음악에 대한 것임을 금방 깨닫는다.


나는 조이스의 형이상학적이고도 긴 밤 전체가 마치 사물의 윤곽이 점차 사라지는 이 박명의 시간을 나타내는 한 문장 속에 들어 있다고 느끼면서 보르헤스가 자신의 실명에 대해 했던 일곱 번째 강연을 떠올린다. 장님의 세상은 확실하지 않은 세상이며 특정한 색이 나타나는 세상이라고 그는 말하기 때문이다. 실명은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다. 그리고 이 눈먼 시인이 루이스 데 레온의 시구를 빌려 말했듯 우리는 모두 우리 자신과 살고 싶어 한다.



Vaihingen, Germany

2020. 8. 23

매거진의 이전글아크로폴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