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홍석범






셸리는 달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


그대 얼굴의 창백함은

하늘을 오르고 땅을 굽어보며

외로이 떠도는 데 지쳤기 때문인가?


처음 보기에 이 시구는 인간의 무위성과 끝없이 순환하는 비인간적인 활동의 광대함을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똑같은 달을 바라보며 이백은 다음과 같이 썼다.


지금의 달은 옛사람을 비춘 적이 있다네.


나는 이것이 놀라운 일이라고 느낀다. 한 세기를 사이에 둔 이 시구들을 번갈아 읽으며 우리는 인간의 무위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극히 인간적인 인간성을 보기 때문이다. 또한 그 인간성이 중단 없이 달에게 말을 걸어왔고 그 불가사의한 광대함을 마음속 깊이 받아들여왔다는 감동적인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로써 우리는 달에 대해 그렇게 수많은 시구들이 쓰여지는 이유가 바로 달 자체가 수많은 시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해한다.



Korbach, Germany

2021.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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