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by 홍석범






난 실제로 딱 한 번 그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2011년 봄이었는데, 워크숍 일정이 끝나고 혼자 그의 박물관과 스튜디오를 보러 갔었죠. 그런데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골목길 오른쪽 끝에서 앞치마를 걸치고 걸어오는 그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가 종종 그렇게 산책을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죠. 나는 머릿속이 멍해진 채로 꼼짝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그는 나를 지나쳐 모퉁이를 돌아 스튜디오 본관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다시 나와 반대편 건물로 향했는데, 그때 문득 정신이 들었습니다. 헐레벌떡 뛰어가서 그에게 어떤 말인가를 했는데 그는 아마 웃었던 것 같습니다. 투박한 나뭇조각 같던 그의 손을 잊을 수 없습니다. 굉장히 크고 딱딱했죠. 내가 조심스럽게 사진을 부탁하자 그는 역광이 들지 않도록 나를 빛이 잘 드는 울타리 쪽으로 데려가 함께 사진을 찍어줬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 정말로 만화 같은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내가 매일 되새기는 그의 말을 해드리고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이 세계를 나의 아주 일상적인 규범들을 통해서만 인식합니다. 그리고 그게 내 삶에 있어서의 전부입니다.”



Mitaka & Koganei, Tokyo, Japan

2011.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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