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가면 종종 느끼게 되는 그런 약간 안절부절못하는 기분으로 오후를 보냈다. 그리고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분위기 속에 나를 그저 최대한 오래 내버려 두기로 한 것이다. 분위기야말로 줌터 자신이 가장 주의를 기울여 사용하는 단어이다. 의식적으로 단어와 그에 뒤따르는 개념들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것들은 이미 완전한 형태를 갖춘 상태로 나를 어디론가 인도하기 위해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경험하고자 하는 것은 개념이 아니다. 분위기라는 단어 역시 이미 너무 딱딱하고 완성되어 있다.
옅은 금빛의 들판은 온통 서리로 덮여 있었다. 마치 서서히 침잠한 밤이 풀잎들에 부딪혀 순식간에 투명한 막으로 변해버린 것처럼. 광막함 가운데서 우리는 이 삶이라는 것의 기묘한 이중구조 ─ 드넓은 것과 내밀한 것, 무한대와 무한소의 교차를 어렴풋이 감지할 수 있게 되는지 모른다. 보들레르는 자주 ‘드넓은vaste’이라는 단어를 썼다. 그런 것들은 도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현상들을 기록해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