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히 도면을 들여다본 J는 그를 사기꾼이라고 불렀지만 어쨌든 나는 이타미 준의 건물을 보러 제주도에 간 적이 있다. 그것이 정말로 바람의 조형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그런 심오한 원리를 알아보고 판단할 만한 기준이 애초에 없었던 사실을 감안하면 이건 이상한 생각이었음이 분명하다.
멀리서부터 미리 돌풍이 올 것을 알아채고 더욱 높이 올라가는 기러기떼를 보고 미야자키 하야오는 새들은 바람을 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나는 이것이 바람에 대한 가장 시적인 언급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그는 그것을 은유적으로 말하지 않고 단순한 사실에 입각하여 말했기 때문이다. 사실에 입각하여 무형의 것, 잠재적인 것을 지시하는 것은 최고도의 예술에 속한다. 그 한 예가 애니메이션 속에서 바람이 부는 경우로, 이 바람은 바람을 제외한 다른 모든 사물의 움직임이 일사불란하게 표현되었을 때에만 비로소 가능해진다. 우리가 바람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흔들리고 부풀어 오르고 흩어지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자연 전체이며 이때 바람을 그린다거나 조형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J의 지적대로 사기꾼일 확률이 높다. 그런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2014.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