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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Mar 20. 2022

2022. 3. 20 일

약간의 정신적 피폐가 동반된 규칙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 규칙이 내가 세계를 파악하는 척도임을 매일 유념하면서. 지출은 겉보기에 금욕적이고 일정하다. 정기적인 것들을 적어보니 다음과 같다.


월-금 평균 3회 점심 5유로

월-금 평균 2회 저녁 10유로

주말 시저 샌드위치, 아이스 라떼 6유로

매주 시나 단편 또는 수필 한 권 15유로

매주 식료품 등 20유로

이주에 한 번 음악회 80유로

이주에 한 번 Z와 외식 20유로

매달 대중교통 정기권 86유로  


이 외 부가적인 지출은 거의 없다. 지난주부터 다시 회사에 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에 점심값이 더해졌다. 당분간 특별히 게으르지 않다면 재택은 더 이상 하지 않을 생각이다. 퇴근하면 티비를 보거나 책을 좀 보려고 시도하다 실패한다. 확실히 집에서 일을 할 경우 별로 개운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 피로감을 조금 덜 수 있긴 하다. 주말에는 거의 해 떠 있는 시간 내내 카페에서 한량을 한다. 항상 앉는 자리에 앉아 시저 샌드위치와 아이스 라떼를 먹으며 걸어오는 길에 산 책을 읽는다. 오후에는 일기를 쓰거나 사람 구경을 하거나 다른 책을 읽거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장을 보고 저녁을 먹은 뒤에는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요즘은 음악을 더 자주 듣는다. 소파에 누워 한 시간 정도. 이 규칙은 단순히 그것이 규칙이라는 이유에서 적어놓을 필요가 있다. 나는 그것을 준수하기 위해 기꺼이 매달 검소한 합계인 614유로를 지불한다.


  전까지만 해도 주말마다 살레  타바키나 키에 가서 점심을 먹고 미술관들을 전전했다. 요즘에는 맛있는 음식이나 눈의 즐거움에는 그다지  욕구가 없다. 그보다 글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즐거움을 얻는다. 특히 후자의 경우 근래 들어 자주 그것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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