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정신적 피폐가 동반된 규칙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 규칙이 내가 세계를 파악하는 척도임을 매일 유념하면서. 지출은 겉보기에 금욕적이고 일정하다. 정기적인 것들을 적어보니 다음과 같다.
월-금 평균 3회 점심 5유로
월-금 평균 2회 저녁 10유로
주말 시저 샌드위치, 아이스 라떼 6유로
매주 시나 단편 또는 수필 한 권 15유로
매주 식료품 등 20유로
이주에 한 번 음악회 80유로
이주에 한 번 Z와 외식 20유로
매달 대중교통 정기권 86유로
이 외 부가적인 지출은 거의 없다. 지난주부터 다시 회사에 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에 점심값이 더해졌다. 당분간 특별히 게으르지 않다면 재택은 더 이상 하지 않을 생각이다. 퇴근하면 티비를 보거나 책을 좀 보려고 시도하다 실패한다. 확실히 집에서 일을 할 경우 별로 개운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 피로감을 조금 덜 수 있긴 하다. 주말에는 거의 해 떠 있는 시간 내내 카페에서 한량을 한다. 항상 앉는 자리에 앉아 시저 샌드위치와 아이스 라떼를 먹으며 걸어오는 길에 산 책을 읽는다. 오후에는 일기를 쓰거나 사람 구경을 하거나 다른 책을 읽거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장을 보고 저녁을 먹은 뒤에는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요즘은 음악을 더 자주 듣는다. 소파에 누워 한 시간 정도. 이 규칙은 단순히 그것이 규칙이라는 이유에서 적어놓을 필요가 있다. 나는 그것을 준수하기 위해 기꺼이 매달 검소한 합계인 614유로를 지불한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주말마다 살레 에 타바키나 탁키에 가서 점심을 먹고 미술관들을 전전했다. 요즘에는 맛있는 음식이나 눈의 즐거움에는 그다지 큰 욕구가 없다. 그보다 글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때 큰 즐거움을 얻는다. 특히 후자의 경우 근래 들어 자주 그것에 대해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