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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Apr 03. 2022

2022. 4. 2 토

바샤우어 거리를 걸어 내려가던 신은 온갖 인간 군상을 봤다. 머리를 길게 기른 사람, 짧게 자른 사람, 검은 재킷을 입은 고스족 여자, 기타를 치는 남자, 노래 부르는 이슬람 여자, 맥주병을 발로 차는 남자, 남자같이 생긴 여자, 사실은 여자인 남자, 아이들, 스케이트보더, 낚싯대 끝에 종이컵을 걸어둔 노숙자,  종이컵에 동전을 넣는 사람, 텐트를 치는 사람, 전봇대에 대자보를 붙이는 녹색당원, 손을 잡은  남자, 모르는 남자에게 담배를 빌리는 여자, 트램을 놓친 사람, 자전거를  무리, 비계 위의 작업자들,  없이 개를 산책시키는 부부, 시집을 읽는 남자, 징이 박힌 장화를 신은 여자, 가방을  학생, 시끄러운 여자, 쌍둥이 유모차를 미는 엄마, 안경이 비뚤어진 남자, 길 위에 그림을 그리는 거지, 지팡이를 짚은 노인, 맨발의 여자, 관광객들, 배달부, 버터를 들고 가는 사람, 턱수염을 기른 남자, 삭발한 여자, 스커트를 입은 남자, 파란색 입술을 칠한 여자, 혼잣말을 하는 사람,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 주저앉은 사람, 문신한 사람, 자는 사람, 뛰어가는 사람, 침을 뱉는 사람, 기침을 하는 사람, 욕을 하는 사람, 소리치는 사람, 지린내가 나는 사람, 조인트를 마는 사람, 바짓가랑이에 손을 넣는 사람, 웃는 사람, 우울한 사람, 유리창 앞에  있는 사람, 혼자 걸어가는 사람... 그는 생각했다. 이곳은 너무 복잡하고 지저분해졌군. 이들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이들만 남기고 나머지는 먼지로 바꿔서 날려버려야지. 그런데 어떤 기준으로 그걸 판단하지? 선과 악은 진부한 발상이야. 옳고 그름 역시 시간에 따라 뒤바뀔게 뻔해. 나는 오로지 그들이 내게 불러일으키는 흥미로  자격을 따지겠어. 시시한 인간들은 사라지게  거야.


훗날 인간들은 이 잔인한 신을 문학이라고 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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