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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May 01. 2022

2022. 4. 30 토

엄마가 온 후로 이제야 일기 쓸 여유가 생겼다. 지난 한 주간 점심시간을 길게 쓰거나 일찍 퇴근하는 식으로 평소에는 하지 않을 여러 활동들과 일을 병행하면서 누적된 피로감은 육체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계속 바뀌는 정신의 초점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긴장 상태가 두 가지 상황 모두에서 일종의 효율성을 높여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먼 길을 여행한 엄마를 위해 좋은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하고 싶다)는 강박이 있기 때문에 때때로 경험 자체보다도 그 경험이 계획대로 성취되었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 더 크다. 이때 내 역할은 가이드이자 여행자이다. 이 두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낸다면 기쁨 역시 두 배가 된다.

매일 두세 시간씩 시내에 나가면 우리는 내가 종종 가는 장소들을 들른다. 카페에서 에그 베네딕트를 먹고 하케셰 회페 근처를 어슬렁거리거나 마우어파크 언덕에 앉아 있다 엔테 먹으러 가는  따위는 이곳에서의  삶과 기억의 일부분을 엄마와 공유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작은 시내 구경들은 내게 익숙한 장소들에 유화처럼 새로운 인상들을 덧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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