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산 고흐의 편지 중 그가 암스테르담에서 쓴 것들을 골라 읽었다. 엄마는 침대에서 낮잠을 자고 있고 우리의 숙소 방 밑으로는 운하가 흐른다. 밀려오는 졸음과 싸우면서 지금 이 기록들을 머릿속에서 쓰고 있다. 나중에, 아마도 여행이 끝나고 난 뒤에야 타자로 옮기겠지만 어쨌든 지금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것은 경험을 순간적인 것이 아닌 지속적인 것으로 각인시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위적인 것으로 변형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다. 방금 쓴 문장은 고흐의 그림들을 본 영향일까? 즉흥적인 붓 자국과 그 위를 기어간 작은 벌레의 흔적과 같은 것들. 아침에 본 그의 많은 그림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해 질 녘의 올리브 숲으로 몇 년 전 우리는 바로 그 장소에 있었고 화가의 작은 방을 들여다보며 엄마는 ‘어머 이렇게나 좁은 곳에서!’라고 말했던 것 같다. 생 레미에서 일 년간 고흐가 그린 그림이 무려 142점이라는 사실은 예술의 잔인한 본질을 보여준다. 해 질 녘의 올리브 숲은 그곳에 걸려 있는 그림들 중 가장 평화롭고 조용했다. 그것이 화가의 경험인지 갈망인지 궁금했다. 나는 그것이 선자이기를 바란다. 그 나무들이 어쩌면 우리가 봤던 그 나무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 그림을 더욱 신비로운 것으로 만든다. 한편으로는 지구 어딘가에 그런 장소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음과 동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