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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May 24. 2022

2022. 5. 23 월

재빨리 써두자. 거의  시가  시각. 아직도 하늘은 여기저기 뒤편 어딘가에서 흐릿한 빛이 비쳐오는 푸르스름한 먹색이다. 왼쪽 눈이  좋아졌는지 초점이 흐릿하고 빛들이 번져 보인다. 공기가 시원하고 여름의 냄새가 나고 소리가 멀리까지 울린다. 어제처럼 지하철역 앞에 자리를 잡은 길거리 악사는 어제와 똑같이 프리스타일로 색소폰을 연주한다. 거대하고 여유로운 공간의 가장자리에 거품이 부글부글 이는 듯한 소리다. 창문에서 엄마가  흔드는 것이 보인다. 트램을 기다리며 난간에 기대어 있는데 머리 위에서 까마귀가 색소폰 소리와 겨루듯 깍깍거린다. 언젠가 자신의 정원에서 카나리아와 일종의 듀엣을 연주한 영국의 낭만주의 첼리스트가 있었는데  경이로운 현상에 대해  저명한 조류학자가 그건 새가 조화로운 소리를 내려는  아니라 그저 경쟁자를 이기려  크게 우는 거라고 초치는 소리를 했던  생각났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노인이 갑자기 나무 가까이 다가와 까마귀대화를 시도한다. 계속 거품이 부글거리고 살랑거리는 바람이 불고 까마귀가 깍깍거린다. 노인은 까마귀를 올려다보며 검지를 자신의 입에 갖다 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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